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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주연 배우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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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의 유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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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더 고구려답게=연개소문(유동근)은 첫회에 목부터 다리까지 생선 비늘 같은 작은 철조각(미늘)들을 달고 나왔다. 현대적으로까지 보이는 이 갑옷은 실은 “안안3호와 덕흥리 무덤 벽화를 재현한 것”이라고 에스비에스아트텍 이혜련 부장은 설명했다. 의상팀 5명의 책상 위엔 고구려 벽화자료부터 중국 수·당의 복식사까지 빼곡하다. 뿔이 솟은 고구려 장수의 투구, 신하들의 관모 모양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증거 자료들이 수북했다. 대규모 사극이다 보니 캐릭터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나 직위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을 옷으로 구별 지우는 작업이 먼저다. 의상팀은 중국과 한국의 분위기를 확실히 달리하려고 아예 수·당의 옷이나 장신구는 중국에서 원단부터 사고 만들었다. 은근 슬쩍 넘어가는 저잣거리 서민들의 옷도 자세히 보면 다르다. 중국은 목둘레가 둥글고 한쪽으로 치우쳐 여밈이 있다면 한국 쪽은 직선으로 떨어져 몸의 가운데서 만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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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제 역을 맡은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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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갑옷이라도 연개소문과 을지문덕, 양만춘의 색깔은 미하게 다르다. 고구려쪽 의상을 맡은 허현영씨는 “연개소문의 상징을 청룡으로 잡고 푸른색을 기본을 했다”며 “기품과 위엄이 느껴지도록 단순하게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고증대로 하면 청동을 써야 하지만 그러다간 배우가 뒤로 넘어가도록 무겁게 되니 스테인리스로 대신했다. 중국 쪽을 아우르는 김슬아씨는 “수양제(김갑수)는 폭군이니 검정과 빨강의 강렬한 대비를 줬다”고 설명했다. 갑옷 등은 모두 ‘돈먹는 하마’다. 한벌이 수백만원대인데 연개소문만 해도 배우 유동근과 대역용으로 모두 4벌을 만들어야 한다. 미늘은 일일이 다 손으로 꼬메 넣어 갑옷 하나 완성하는 데 보름이 든다. 자수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혜련 부장은 “대규모 고구려 사극이 처음이기도 해서 보통 사극보다 의상 비용이 2배 가까이 든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런데 대본이 방영 일주일 전에 나오니 의상팀과 발주를 받는 공장 사람들의 얼굴이 피로로 노랗게 뜨기 일쑤다. 김슬아씨는 대본에 ‘수양제 태자 책봉식’이 그려지는 걸 보고 아찔했다고 한다. “신하들의 예복부터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잖아요. 자세히 보면 태자비의 옷엔 수백마리 꿩을 수놓았거든요. ” 대본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라고 쓰여지면 진짜 전투를 치르듯 일해야 하는 이들이 의상팀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한국방송·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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