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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청률을 올려라’
뉴스전 일일 연속극 못받쳐주자
시트콤 구원투수로 파격 편성
십수년 동안 관행으로 굳어져온 ‘일일 드라마 뒤 9시뉴스’라는 방송 편성 공식이 깨지고 있다.
〈문화방송〉은 다음달 6일부터 시행되는 가을개편에서 드라마 대신 시트콤을 〈뉴스데스크〉 직전 프라임타임(8시20분)에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 승부수를 띄웠다.
‘드라마 뒤 9시 뉴스’ 방영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등 양대 방송사 사이에선 묵계처럼 자리잡아온 편성 공식이다.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을 뉴스로 흡수할 수 있는 탓이다. 한국방송은 1989년부터 십수년째 줄곧 이 공식을 따랐다. 1970년대를 거쳐 80년대 후반까지는 ‘일일극-9시뉴스’와 ‘교양프로-9시뉴스’(9시뉴스-드라마) 편성 형식을 오갔다.
문화방송도 1996년 일일극 〈자반고등어〉를 〈뉴스데스크〉 직전 시간에 편성한 이래 10년째 이 공식을 지켜왔다.
문화방송이 오랜 편성 공식을 깬 데는 무엇보다 〈뉴스데스크〉의 낮은 시청률에 있다. 여기에는 〈뉴스 데스크〉 직전 방영돼 온 일일 드라마가 최근 2년여 동안 같은 시간 한국방송 드라마에 견줘 시청률 경쟁에서 맥을 못춘 탓도 크다. 현재 한국방송 〈9시 뉴스〉는 직전 방영되는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이 평균 시청률 30%로 1위를 달리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문화방송 〈얼마나 좋길래〉는 10%에 머물고 있다. 문화방송으로선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를 저녁 7시 시간대로 앞당기는 대신 새 시트콤을 8시20분으로 끌어올려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새 시트콤이 성공하면 뉴스데스크 뉴스 시청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시청률 높이기의 구원투수로 나선 새 시트콤은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등 가족 시트콤으로 작품을 낼 때마다 화제를 불렀던 김병욱 피디가 만드는 〈거침없이 하이킥〉(왼쪽 사진)이다. 김병욱 피디는 “8시20분 시간대에 시트콤을 배치한 건 방송사로서도 승부수를 던진 셈”이라며 “시트콤이 일일드라마와 대결하는 건 처음인 만큼 〈열아홉 순정〉의 시청자를 데리고 오기보다는 잠재된 시청자를 개발해 끌어오겠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은 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여의도와 강남의 버스정류장 12군데에 홍보포스터를 내거는 것은 물론, 시청·광화문·신촌·강남 등 9개의 전광판에 예고편을 내보낼 예정이다.
문화방송 홍보기획팀 오진이씨는 “지금까지 시트콤에 홍보비를 책정한 경우가 없었다”며 “이는 시트콤만 아니라 여느 미니시리즈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파격 전략의 성패는 새 시트콤의 성공에 달려 있다. 시청률 10%를 넘기 어렵다는 시트콤으로 30%가 넘는 시청률로 고공비행 중인 〈열아홉 순정〉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지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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