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이썬 중국 드라마제작센터국장 주제발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패턴화'에서 나온다. 그러나 동일한 패턴의 반복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국 드라마, 해외에서는 그 특성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중국의 한 방송관계자는 '패턴화'와 문화의 유사성을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꼽았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6회 동아시아 방송프로듀서 포럼에서 리페이썬(李培森) 중국 드라마제작센터국장은 28일 주제발표를 통해 한ㆍ중ㆍ일 3국의 TV 드라마를 통한 문화 교류의 중요성과 함께 한국 드라마의 특성에 대해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한국 드라마는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에 따라 제작과 마케팅, 시장이 연관된 시스템 속에서 독특한 패턴화가 이뤄졌다"면서 "패턴화의 큰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소재와 내용 전개 등으로 정형화된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 해외시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 그는 "패턴화는 쉽게 기억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며 동일한 패턴의 반복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면서 "할리우드 작품들도 하나의 패턴을 가지고 있듯이 일단 패턴이 확립되면 그것이 하나의 조류로 형성되며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한국 드라마의 패턴이란 무엇일까. 그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패턴화된 소재를 '도시 생활의 풍족함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중국에서도 익숙한 문제들로 금전이 지배하는 사회, 미래에 대한 불안, 결혼과 고부관계 등이 모두 그렇다"면서 "사회가 전통에서 현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흔히 마주치는 문제들이 한국 드라마의 중요한 특징이며 강한 생명력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최근 드라마들이 진부한 이야기와 식상한 표현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이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전했다. 리페이썬 국장은 "패턴화는 양면의 칼날이기도 하다"라며 "요즘 한국 드라마는 지나치게 사회를 생략하고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지나친 패턴화는 소재의 다양성을 저해해 시청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성은 현대적인 의식과 함께 민족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보고 또 보고'처럼 100회가 넘는 가정 드라마가 쉽게 광범위한 공감을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유교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양국의 드라마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드라마도 한때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으나 90년대 이후 대부분 서구적 가치를 담은 청춘물에 편중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문화의 유사성에서 오는 것이며 일본 드라마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문화의 소원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TV드라마는 가장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전파능력을 가진 매체이며 드라마 문화의 소비가 3국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서 "3국은 TV를 통해 세계에 아시아의 우수한 문화를 알려야 할 목표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 조화와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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