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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2 20:40 수정 : 2006.11.03 17:15

심수봉

심수봉씨 ‘아사히 신문’에 10·26 비화 털어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제 정치는 그만하시라”

“대통령은 내가 <눈물젖은 두만강> <황성옛터>를 부르자 눈물을 흘렸다. 미소라 히바리의 <슬픈 술>(가나시이 사케)을 부르니까 눈을 크게 뜨면서 ‘어, 누가 일본 아이를 데려왔어. 너 일본사람이냐’며 좋아했다”

‘그 때 그사람’의 가수 심수봉(51)씨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에 1979년 10·26 사건 당시 상황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털어놓았다.

심씨의 인터뷰는 ‘무궁화의 여인, 가수 심수봉의 반생’이라는 제목으로 <아사히신문> 석간에 지난달 25일부터 5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심씨는 인터뷰에서 ‘10.26 사건’ 당일 궁정동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이 저녁 7시 텔레비전 뉴스를보다가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얼굴이 나오자 “정치인도 아닌 놈이…”라며 투덜대던 일화를 공개했다.

심씨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기 나름의 역사적 평가도 내렸다. “이제 박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의 기분도 안다. 국민의 생활고를 구한 공적은 있지만, 정신을 말살했다는 거겠지. 지금은 ‘이념이 첫번째, 생활은 두번째’로 가치관이 뒤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월 테러를 당했을 때 비명에 간 육영수 여사와 박 전 대통령 두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박 전 대표에게 “이제 정치는 그만하시라”고 외쳤다고 심씨는 말했다.

또 10·26 직후 정보기관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나타나 “당신 대단하다. 남자들은 다 도망갔는데, 용기를 내서 현장에 남아 있었다”고 하며 “‘영양제라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주었다”고 심씨는 전했다.

그러나 전씨는 그 뒤 텔레비전에서 심씨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 결국 방송출연이 금지됐고, 생활하는 데 큰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다. 심씨는 또 방송 출연이 금지됐을 때 박태준 전 총리가 쌀을 보내주고 모임에 불러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고 털어놓았다.

심씨는 중학교때 첫사랑인 ‘가정교사 선생님’으로부터 일본의 국민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레코드를 선물받은 계기로 일본 노래를 익히게 됐는데 그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뒤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어느 특별한 파티에서 대타로 히바리 노래 한곡을 불렀는데 마침 그자리에 있던 박종규 대통령 경호실장의 맘에 들어 대통령 만찬 자리에 불려가게 됐죠.”

심씨는 박 대통령의 만찬에 세 차례 참석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그때 그사람>으로 1978년 문화방송 대학가요제에 나가 가수 데뷔의 꿈을 이룬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엇갈린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수구파’ ‘친일파’라고 하고. 또 한쪽에선 노래 <무궁화>가 학생운동권에서 불렸다고 ‘진보적’ ‘민족적’이라고 하지만, 난 어느쪽도 아니며 음악은 이념을 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일본노래, 특히 엔카를 좋아한다”며 “일본에 가까웠던 사람들을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것에는 의문을 느낀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식민지 시대는 비참했다. 약한 사람들이 자기의 생활을 위해 타협한 일도 많았겠죠. 친구가 가족이 죽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타협하는 일이)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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