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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4 11:17 수정 : 2006.11.04 11:17

영화 "타자"에 출연한 백도빈 영화배우 백윤식의 아들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시작한 백도빈. (서울=연합뉴스) kimd@yna.co.kr

'타짜' 이어 'Mr.로빈 꼬시기'에 잇달아 출연

숙명처럼 안고 가야할 '2세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인 연기자를 또 한 명 기억해야겠다. 백도빈(28). 웬만한 청춘 스타보다 훨씬 더 잘 나가는 백윤식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출연했던 '범죄의 재구성'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내비쳤던 그는 역시 최동훈 감독 작품이자 아버지가 출연한 '타짜'에서 관객이 기억할 만한 배역을 맡았다. 도박판 건달 곽철용의 오른팔로 최곤(조승우)을 끝까지 쫓는 인물이다.

그를 만나 놀란 건 요즘 젊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예의바름.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때 백윤식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미국에 간 적이 있다. 젊은 사람이 어찌나 예절이 바르던지 놀랄 정도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빈말이 아니었다. 기자에게 아버지를 칭할 때 꼬박꼬박 '어르신'이라고 표현했다. 토씨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예의갖춰 정성껏 대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참 잘 자란 청년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단국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자신이 연기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연기자는 그저 아버지의 직업이었을 뿐이다.

"전혀 뜻을 두지 않았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그랬던 그가. "군대갔다온 후 대학교 3학년 때 진로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자석같은 끌림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군요. 이게 도대체 뭔가, 내가 10대도 아닌데 호기심으로 이러는 건 아닐텐데. 계속 고민했죠. 이게 뭔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 소속사인 싸이더스HQ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2년 동안 연기 훈련을 받으며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반대하지 않았을까. 백윤식은 '타짜' 제작보고회에서 "말려도 듣지 않더라. 나도 부모님 말씀 듣지 않고 배우가 됐는데 아들이 원하는 걸 하겠다는데 어찌 말리나"라고 밝힌 적이 있다.

"나중에 기사를 보고서야 그리 내켜하지 않으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 의사에 맡겨주셨죠."

아무래도 한동안 '백윤식의 아들'로 소개되는 걸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독립적인 개체가 됐죠. 아버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이 금방 알아요. 연기력 부족한 배우가 연기하는 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제 자신의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2세 연기자'는 많다. 최민식, 박준규, 허준호에서 김주혁, 하정우까지.

"다들 처음엔 부모님 이름이 앞에 나왔지만 이젠 '○○○의 아들'로 불려지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나요. 결국 연기력입니다."

한 눈에 봐도 정적인 성격. 남들 앞에 서야 하는 배우로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단 'Mr.로빈 꼬시기'의 홍대리도 그의 성격과는 전혀 다르다. 홍대리는 엄정화의 앞길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얄미운 캐릭터.

"저도 압니다. 그래서 'Mr.로빈 꼬시기'의 홍대리가 제 성격과 많이 다르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다른 이의 공을 채가고, 회사에서 얄미운 짓만 하죠.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인데 제가 하려니 힘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다고 한다. 김상호 감독이 많이 믿어줬던 게 큰 힘이 됐다.

"연기자의 길을 막 시작해보니 이 길을 30년 넘게 걸어온 아버지에 대해 존경심이 더 생겼습니다. 이제 아버지가 아니라 선생님으로서 숙연해졌죠. 전 어떤 역할이냐를 떠나 쓰임이 될 수 있는 배우, 필요로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백도빈이 어떤 연기 영역을 개척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지 지켜보자.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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