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흥겹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는 3인조 밴드 W의 멤버들. 왼쪽부터 한재원, 김상훈, 배영준.
|
즐겨볼까요?” 외국에선 레이블이 음반의 질을 담보하는 경우가 많다. 재즈레이블 블루노트가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음악성과 대중성을 잘 조화시켜온 성공적인 레이블들이 꽤 있다. 러브홀릭·클래지콰이·이승열이 소속된 플럭서스도 그 중 하나인데, 여기서 새 음반이 나오면 일단 주목하게 된다. 플럭서스에서 3인조 밴드 ‘W’의 앨범 <웨어 더 스토리 엔즈>가 나왔다. 플럭서스가 발굴한 신인인가 싶었는데, 이들의 이력이 만만치 않다. 배영준(36·기타), 한재원(31·키보드), 김상훈(30·베이스 겸 보컬)으로 이뤄진 이들은 지난 2001년 인디레이블 문라이즈에서 데뷔 앨범을 낸 적이 있다. 당시 밴드 이름은 ‘웨어 더 스토리 엔즈’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중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긴 제목의 노래의 주인공 ‘코나’가 있다. 이 밴드의 리더가 바로 배영준이었다. 2000년 코나 5집을 만들면서 작곡가로 참여한 김상훈, 편곡 작업을 한 한재원과 인연을 맺었다. 일렉트로니카 실험한 1집
대중 귀 사로잡진 못했죠
록·블루스·팝 녹여냈어요
우리 함께 즐겁게 놀아요 처음엔 그저 취미 삼아 코나에서는 해보지 못한 전자음악(일렉트로니카)을 해보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문라이즈에서 음반을 내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음악을, 게다가 음악적 간섭이 전혀 없는 인디레이블에서 하게 돼 한없이 들떴다고 한다. 테크노, 하우스, 트립합, 드럼 앤 베이스 등 일렉트로니카의 각종 하위장르를 마음껏 실험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의 귀를 확 사로잡지는 못했다. 음악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배영준은 음악을 그만두고 당구장에 취직할까도 생각했지만, 밴드를 포기하지 않는 다른 멤버들에 힘입어 2집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던 중 플럭서스에서 음반을 내보자는 제안이 왔다. 계약을 하고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일렉트로니카의 실험적인 면을 강조한 1집과 달리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록·블루스·팝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녹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거워할 만한 음악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장난감을 받고 마냥 신기해하는 어린아이가 혼자 이리저리 가지고 놀며 즐거워했던 결과가 1집이라면, 이제는 이 장난감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지고 노는 법을 터득한 결과가 2집인 것 같아요.” 음악성과 함께 대중성도 고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2집 앨범은 일단 듣기에 편안하다. 흥겹고 세련된 전자음 위에 얹힌 팝적인 멜로디가 귀에 쏙쏙 꽂힌다. 타이틀곡 ‘쇼킹 핑크 로즈’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의 복고적인 사운드와 세련된 하우스 리듬이 절묘하게 뒤섞인다. 물방울 소리가 삽입된 ‘버블 샤워’에서는 앰비언트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느껴지고, ‘에브리바디 원츠 유’의 펑키한 디스코 리듬에는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송두율 교수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곡 ‘경계인’도 눈에 띈다. “스팅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을 비추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배영준은 “다음에는 홍세화씨가 말한 ‘똘레랑스’에 관한 곡도 만들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들은 매달 둘째주 금요일인 사운드데이를 맞아 11일 밤 9시 홍대앞 클럽 앨리스에서 공연을 한다. (02)3141-6876.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플럭서스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