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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5 17:42 수정 : 2006.11.05 17:42

KBS1 ‘과학카페-슈퍼태풍 2030’편, 영화·드라마 기법 접목 호평

때는 2030년 가을, 서울의 한 지상파 티브이 기상캐스터가 긴박하게 날씨 중계를 하고 있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청 소속 기상학 연구자인 박연희 연구원. 몰아치는 비바람에 몸을 휘청이며 다급하게 외쳐댄다.

“미,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시각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리고 있는 비는 기상 관측 이래 최대강수량을 기록하며 아직도 무서운 기세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곳 방송사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은 그야말로 물바다입니다.”

이윽고, 무서운 해일이 부산을 삼킨다. 서울은 물에 잠겨 간다. 설상가상, 소양강 댐이 강수량을 못이기고 붕괴한다. 한반도는 쑥대밭이다.

영화야? 다큐야?= 지난 3일 밤 첫 전파를 탄 <과학카페-다빈치 프로젝트> ‘슈퍼태풍’ 편이 보여주는 재난의 그림이다. ‘쓰나미’보다 더 엄청나 보이는 해일이 도시를 삼키는 첫장면에 시선을 꽂았던 시청자들이라면 잠시, 자신이 영화를 보는 건지 다큐를 보는 건지 헷갈렸음직하다.

<과학카페…> ‘슈퍼태풍’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삼킨다는 가설을 밑돌 삼았다. 기상재난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기상학자들의 격론과 고투의 ‘드라마’ 사이사이로 전통적 다큐 방식의 인터뷰, 내레이션이 교직된다.

드라마는 방송사 기상캐스터로 활약중인 주인공 기상연구원 박연희(진희 분)와 방송기자 김진수(탤런트 유태웅 분)을 축으로 ‘슈퍼태풍의 눈’ 속으로 들어가는 최수택 박사 등 일군의 기상학자들의 활동상을 담았다. 간간이 끼워지는 실제 기상학자 인터뷰와 다큐성 내레이션은 실제 연기자를 동원한 긴박한 드라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장치처럼 구실한다. 어려운 태풍 이론 따위도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는 이유다.

헐리우드 재난영화 <투모로>를 연상시키는 특수영상은 통상 다큐 제작비의 세배를 웃도는 제작비를 발판으로 HD 촬영이 빚어낸 성과물이다.

한반도 삼키는 슈퍼태풍 가능한가=<과학 카페…> ‘슈퍼태풍 2030’의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삼킨다는 이야기는 그저 지어낸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혼합층 온도의 상승이 초대형 슈퍼태풍이 돋아날 수 있다는 건 기상학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 과학적 가설이다. 제작진은 부경대 오재호 교수 등 국내 기상학자들과 함께 최악의 태풍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 최악의 태풍이 끼칠 대규모 피해를 검증했다. 영국의 해들리 기상센터, 일본 기상청 등의 최근 연구자료도 이 다큐에 녹아들었다. 앞으로 100년간 벌어질 기상이변의 실체와 온난화 추이, 그에 따른 태풍 강도의 예측 가능성이 제시된다.


‘슈퍼태풍’은 정보 전달에 안주해 지루하고 심심했던 티브이 과학 다큐에 식상했던 시청자들에게 방송 과학 다큐의 진화하는 한 모양을 모여준다. 이재혁 피디의 말대로 “오락프로나 드라마만 진화하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도 진화”하고 있다. <과학카페-다빈치 프로젝트>는 다음주 금요일 밤, <슈퍼태풍> 2부를 들고 다시 안방을 찾아간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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