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7 17:09
수정 : 2006.11.27 17:09
KBS 아나운서협회 ‘일정기간 출연금지’ 공론화 나서…PD들은 난색
이른바 ‘스타’ 아나운서들의 잇단 ‘프리’ 선언으로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정체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발단은 <한국방송>(KBS)의 인기 아나운서인 강수정, 김병찬씨가 연이어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다. 강수정씨는 연예기획사 디와이(DY)엔터테인먼트와 소속 계약을 하며 지난달 말 방송사를 그만뒀다. 김병찬씨는 이달 초 지역으로 발령난 뒤 사직했다.
논란은 이들이 ‘프리’가 된 뒤에도 공영 한국방송의 종전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옳으냐로 모아진다. 지금껏 ‘프리’ 선언을 한 전직 아나운서들은 아나운서 직을 유지할 경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액 출연료는 물론 상업 광고에도 얼굴을 내밀어 왔다. 이들이 아나운서의 공공성 이미지를 발판으로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게 현직 아나운서들의 우려다.
<한국방송> 아나운서협회(회장 정용실 아나운서)는 최근 사내게시판에 올린 ‘스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화를 경계한다’는 글을 통해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협회는 “케이비에스 아나운서의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케이비에스 아나운서로서 누렸던 프리미엄도 함께 놓고 가길 바란다”며 “프리 선언시 일정 기간 한국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의 경우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시 이 방송사 프로그램 진행을 금하고 있다.
아나운서협회는 23일에는 이를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협회는 이날 한국방송 피디협회, 기자협회, 새 노조선거 후보진영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영방송 진행자의 위상 정립을 위한 포럼을 열고 ‘프리’ 선언 전직 아나운서의 일정기간 출연 금지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나운서들은 또 방송진행자 선정위원회를 한국방송 내에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새 노조위원장에 출마한 양쪽 후보진영도 이런 제안을 두고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방송 제작진의 시각은 전혀 달라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시청률과 청취율에 울고 웃는 예능·오락 프로 제작 피디들은 아나운서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종전 프로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던 강수정·김병찬 전 아나운서는 결국 해당 프로에서 하차했다. 현재 한국방송에는 이금희, 정은아, 손범수씨 등 한국방송 출신 프리랜서들이 <아침마당>, <비타민> 등 간판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방송 강성곤 아나운서는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아나운서는 상업 광고 출연이 금지돼 있다”며 “광고에 나와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들은 더는 아나운서가 아닌 만큼 이들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라고 부르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