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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9 21:53 수정 : 2006.11.30 00:05

거침없는 하이킥 순재-해미 시아버지와 며느리

폭군 시아버지·기선제압 며느리
일상 속 아옹다옹 웃음 제조
9시뉴스 구원투수 구실 ‘몸풀기’

김병욱 시트콤은 시청자 반응이 더디 온다고 한다. 돌아온 김병욱 피디의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문화방송, 월~금 저녁 8시20분, 연출 김병욱 김창동 김영기)이 시청자를 만난 지 20일 남짓. 수치적 시청률은 간당간당 10%밑. 9시 뉴스 시청률의 구원투수 역은 아직 역부족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지지리 ‘평범하게’ 쪼잔한 인간들의 아옹다옹. 킥킥대고 보다보면 눈물나게 웃긴다. 〈순풍산부인과〉에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까지 ‘김병욱 시트콤’에 흘렀던 그 어떤 공식은 〈…하이킥〉에서도 변주된다.

며느리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자신있다. 집안의 미묘한 권력관계에 대한 집요한 관심. 〈…하이킥〉에선 권력의 이동이 이뤄졌다. 하이킥 가족의 표면적 권력 중심은 모처럼 한의사로 돌아온 폭군적 가부장 이순재다. 이순재는 아내(나문희)와 두 아들(준하, 민용)은 물론 손자에게 절대적 말발을 행사한다. 말로 안 되면 발길질도 거침없다. 한데, 며느리 앞에선 슬슬 눈치를 본다.

‘거침없이 하이킥’

며느리 박해미(박해미), 자기중심적 ‘기선제압의 여왕’이다. 40대 중반의 한의사로 하이킥 가족의 실질적 권력자다. 그 밑심은 망할 뻔하던 이순재 한의원을 재건·부흥시킨 공로에 있다. 며느리 해미는 침술 실력도, 병원 경영능력도 시아버지보다 한수 위다. 임신한 환자를 체했다고 오진하는 순간을 며느리에게 들킨 30여년 경력의 한의사 이순재씨. 이 흔들리는 가부장의 애면글면 노심초사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사소한 싸움은 집요하다=하이킥 식구들은 가족사진을 어디에 걸지, 달력을 어디에 걸지를 놓고 집요한 신경전을 벌인다. ‘유능한 한의사’이며 ‘똑 부러지는 엄마’이고 ‘귀염받는 며느리’라고 확신하는 박해미. 이를 남들도 인정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이 집안의 못말리는 긴장관계는 이렇게 조성된다. 시어머니(나문희)는 집안의 최대 약자로 전락했다. 실직하고 집에서 사실상 빈둥대는 큰아들(이준하) 때문에라도 배운 것 많은 며느리 위세에 눌려 지낸다. 며느리 해미의 오랜 취미는 노래방에서 남이 노래할 때 화음 넣기. 해미에게 태클을 거는 유일한 인간이 있었으니, 시동생 민용(최민용)이다. “자~, 오늘은 다 같이 만두 빚는 날, 서방님도 스무개~(빚으세요).” 두 아들과 시어머니를 일방적으로 만두빚기 행사에 끌어들인 해미의 권유에 민용은 말한다. “난 만두 싫은데요.” 이도 모자라 만두 먹기도 거부한다. “서방님, 하나만 먹~기~.” “싫어요.” 이어진 노래방 행차에서도 “싫은데요”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열심히 화음을 넣는 해미의 마이크를 잡아 뽑아버린다. 웬만하면 눙치고 넘어갈 만한데, 이들은 이렇게 집요하다.

거침없는 하이킥 준하와 해미
식탐은 계속된다…누는 장면도…=먹는 거라면 물색없이 빌붙었던 식탐의 소유자 ‘미달이 아빠’ 박영규(〈순풍산부인과〉)는 ‘하이킥’에선 어머니 나문희와 큰아들 준하다. 어느날, 평생 처음 체한 나문희가 저녁식사 뒤 준하가 가져온 꼬치를 ‘달랑’ 10여개만 먹었을 때, 입맛을 돋워주려 같이 간 냉면집에서 ‘입맛이 없다’고 냉면을 겨우 세그릇만 비웠을 때 준하는 슬프다. 이 대식형 식탐의 과장을 넘어서, ‘늙어버린’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애정이 느껴져 진짜 슬프다.

며느리에게 찍소리 못하는 나문희에게 며느리 흉보기는 유일한 낙. 어느날 양변기를 막아버린 엄청난 ‘똥’사태. 하릴없이 남편(이순재)과 지인에게 전화해 변기 막힌 사연을 전하며 ‘우리 며느리가 참 깔끔한데, 실수를 했네’를 연발하던 중, 집안에 남편 손님들이 온다기에 쾌재를 부른다. 막힌 변기를 목격한 손님에게 ‘그게, 저기 우리 며느리가~’ 하며 며느리를 거론할 기회를 막 잡았는데, 서슬퍼런 이순재가 말머리를 대뜸 끊는다. “우리 집사람이 먹성이 워낙 좋아서 실수했네요.” 제 꾀에 제가 걸려 속절없이 누명을 쓴 나문희의 표정 연기는 억울함의 극치를 달린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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