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침없는 하이킥 순재-해미 시아버지와 며느리
|
폭군 시아버지·기선제압 며느리
일상 속 아옹다옹 웃음 제조
9시뉴스 구원투수 구실 ‘몸풀기’
김병욱 시트콤은 시청자 반응이 더디 온다고 한다. 돌아온 김병욱 피디의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문화방송, 월~금 저녁 8시20분, 연출 김병욱 김창동 김영기)이 시청자를 만난 지 20일 남짓. 수치적 시청률은 간당간당 10%밑. 9시 뉴스 시청률의 구원투수 역은 아직 역부족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지지리 ‘평범하게’ 쪼잔한 인간들의 아옹다옹. 킥킥대고 보다보면 눈물나게 웃긴다. 〈순풍산부인과〉에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까지 ‘김병욱 시트콤’에 흘렀던 그 어떤 공식은 〈…하이킥〉에서도 변주된다.
며느리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자신있다. 집안의 미묘한 권력관계에 대한 집요한 관심. 〈…하이킥〉에선 권력의 이동이 이뤄졌다. 하이킥 가족의 표면적 권력 중심은 모처럼 한의사로 돌아온 폭군적 가부장 이순재다. 이순재는 아내(나문희)와 두 아들(준하, 민용)은 물론 손자에게 절대적 말발을 행사한다. 말로 안 되면 발길질도 거침없다. 한데, 며느리 앞에선 슬슬 눈치를 본다.
|
‘거침없이 하이킥’
|
며느리 박해미(박해미), 자기중심적 ‘기선제압의 여왕’이다. 40대 중반의 한의사로 하이킥 가족의 실질적 권력자다. 그 밑심은 망할 뻔하던 이순재 한의원을 재건·부흥시킨 공로에 있다. 며느리 해미는 침술 실력도, 병원 경영능력도 시아버지보다 한수 위다. 임신한 환자를 체했다고 오진하는 순간을 며느리에게 들킨 30여년 경력의 한의사 이순재씨. 이 흔들리는 가부장의 애면글면 노심초사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사소한 싸움은 집요하다=하이킥 식구들은 가족사진을 어디에 걸지, 달력을 어디에 걸지를 놓고 집요한 신경전을 벌인다. ‘유능한 한의사’이며 ‘똑 부러지는 엄마’이고 ‘귀염받는 며느리’라고 확신하는 박해미. 이를 남들도 인정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이 집안의 못말리는 긴장관계는 이렇게 조성된다. 시어머니(나문희)는 집안의 최대 약자로 전락했다. 실직하고 집에서 사실상 빈둥대는 큰아들(이준하) 때문에라도 배운 것 많은 며느리 위세에 눌려 지낸다. 며느리 해미의 오랜 취미는 노래방에서 남이 노래할 때 화음 넣기. 해미에게 태클을 거는 유일한 인간이 있었으니, 시동생 민용(최민용)이다. “자~, 오늘은 다 같이 만두 빚는 날, 서방님도 스무개~(빚으세요).” 두 아들과 시어머니를 일방적으로 만두빚기 행사에 끌어들인 해미의 권유에 민용은 말한다. “난 만두 싫은데요.” 이도 모자라 만두 먹기도 거부한다. “서방님, 하나만 먹~기~.” “싫어요.” 이어진 노래방 행차에서도 “싫은데요”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열심히 화음을 넣는 해미의 마이크를 잡아 뽑아버린다. 웬만하면 눙치고 넘어갈 만한데, 이들은 이렇게 집요하다.
|
거침없는 하이킥 준하와 해미
|
사진 문화방송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