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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3 21:17 수정 : 2006.12.13 21:17

TV 보는 남자

곧 황수정을 티브이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컴백을 둘러싸고 시청자들의 찬반양론이 팽팽한 모양이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3%는 황수정 복귀가 “아직 이르다”고 답했고 40%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설문 조사가 가능한 것이나 개인의 생업 복귀를 둘러싼 집단적 정당성 논란이 벌어지는 이 개성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 특유의 신념 체계 내지 판타지의 한 종류를 보여준다.

스타들은 윤리적으로 반듯해야 하고 또 실제로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은 믿는다. 음주 운전을 했거나 생방송 중 ‘아이 씨’라고 실언했거나 싸움질을 했거나 짝퉁 명품을 들여왔다면 그는 아웃되기 십상이다. 그의 기여나 재능 따위는 어떻든 상관없다. 대중은 그 문제적 인간들을 쓸어냄으로써 스타들의 동네를 정결하게 지키고 싶어 미친다. 채널을 돌리거나 티브이를 끄면 될 텐데 ‘더러운 것들’을 ‘스타 세상’ 밖으로 추방해야 직성이 풀리고 안심한다. 가차 없는 도덕적 청소부 기질, 그것이 우리 시청자들의 속성이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반듯함 말고도 또 다른 덕목이 필요하다.

이른바 ‘겸손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 괜히 나대지 말아야 한다. 기세도 약해 보여야 한다. 이제 숭배 받는 스타는 희소하다. 가십과 인터넷 댓글이 스타의 탈권위화를 가져온 때문일 것이다. 대중의 평균적 감성과 평균적 이데올로기에 도전해서는 스타로 먹고살기 힘들다.

최민수로 대표되는 터프가이 캐릭터의 멸종, 순박 모드로 변신한 악동 김창렬, 동문서답 등 지성의 지체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 캐릭터들의 번성이 ‘겸손한 스타의 시대’를 증명한다. 또 최근 몇 주에 걸쳐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보았던 스타들의 실수담(화장실 문 열고 일본 추억, 전교 꼴찌 친구의 답안 베낀 것 등등) 경연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컴백하는 황수정은 자산이 많지 않다. 도덕성이나 실수담을 자랑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또 마약 경험 연예인들 중 다수가 남성이지만 그녀는 여성이다. 황수정의 경우 이미 충분한 단죄를 받았으나 고립무원이다. 필자의 지인이 말한 대로 황수정이 “메스암페타민이 피로회복제인 줄 알았다”고만 했어도 연예인 사상 최악의 시련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수정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식의 상투적인 수식을 얻게 될까.


그녀가 출연할 드라마 〈소금 인형〉의 전략은 탁월해 보인다. 황수정은 남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옛사랑의 동침 제의를 받아들이는 여성을 연기할 것이라 한다. 쾌락 없는 성, 상처로 남은 성, 소문나 버린 성은 황수정이 품고 있을 회한의 적확한 메타포인 것으로 보인다. 황수정이 비토 세력까지 매료시키는 데 성공할지 궁금하다.

이영재/웹진 <컬티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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