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서 월드투어 첫 해외 공연
"와이 두 유 라이크 레인?(왜 비를 좋아하나요?)"
"아이 라이크 히스 홀 씽(비의 모든 걸 좋아해요)."
미시시피에서 어머니, 언니와 함께 온 13살 흑인 소녀 안드레아는 한 손에 장미꽃을 든 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안드레아의 어머니는 "안드레아는 2월 비의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시어터 공연도 봤다"며 "비의 노래를 너무 좋아해 먼 거리지만 라스베이거스까지 함께 왔다"고 들떠있었다.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 내 콜로세움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한류스타 비의 '레인스 커밍(Rain's Coming)-06/07 레인 월드투어 인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일본ㆍ중국ㆍ싱가포르ㆍ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온 동양인과 재미 동포 등 검은 머리의 아시아 팬들이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안드레아처럼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했다"는 긴 머리의 두 백인 소녀, "남자 친구가 한국인이어서 비의 팬이 됐다"는 호주 여성도 만날 수 있었다.
셀린 디온ㆍ엘튼 존의 공연장으로 유명한 콜로세움은 셀린 디온의 머천다이징 숍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시애틀에서 크리스마스 휴가 차 비의 공연장을 방문했다는 문지현(24) 씨는 "유명한 팝 아티스트의 공연장인데 비가 선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자랑스럽다"며 박수를 쳤다. 이날 공연으로 비는 2월 동부(뉴욕)에 이어 10개월 만에 서부(라스베이거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2시간 분량의 공연을 혼자 영어로 진행한 비는 그의 주무기인 섹시미와 동양미로 관객을 주물렀다. 비가 상반신 알몸 근육을 드러낼 때, 객석을 향해 '베이비(Baby)'라고 말할 때, 여성 댄서와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할 때, 천장에서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을 때, 객석에선 비명같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동양적인 무대로 연달아 휘몰아친 '안녕이란 말 대신'과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때는 객석의 환호가 절정에 달했다. 비는 '안녕이란 말 대신' 때 붉은 깃발을 들고 군무를 추는 댄서들을 배경으로 무술 같은 춤을,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때는 술에 취한 듯한 취권을 선보였다. 특히 이때 태국, 용, 부채, 칼 등이 등장한 한국적인 영상은 6개의 대형 LED를 통해 빛을 발했다. 비는 객석으로 내려가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고 객석 앞 줄에 있던 아이를 번쩍 들어앉아 무대로 올라가기도 했다. 공연 내내 각국 팬들의 응원전도 열기를 더했다. 비의 '레인스 커밍' 의상을 똑같이 차려입고 온 6명의 30~40대 일본 여성 팬들은 시종일관 노래를 따라부르며 "정지훈 사랑해"를 외쳤다. 중국과 홍콩에서 단체로 온 팬들은 "중국, 홍콩 공연도 있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1곡 내내 쉴 틈도 없이 무대를 휘저은 비는 "여러분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며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3천800여명이 운집한 이날 공연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안무가 겸 연출가 제이미 킹, 비디오 디렉터 다고 곤잘레스 등과 함께 꾸며 수준을 높였다. 미국 남부 파티 힙합으로 통칭되는 크런크 비(Crunck&B)의 개척자이자 어셔의 '예(Yeah)'를 프로듀스한 릴 존(Lil Jon)도 박진영과 함께 참석했다. 월드투어 주관사인 스타엠은 "셀린 디온과 엘튼 존의 티켓 가격은 각각 87~225달러ㆍ100~250달러로, 98~288달러인 비의 티켓이 좀 더 비쌌지만 예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매진됐고 뒤늦에 오픈한 좌석도 한달 전 모두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비 월드투어는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홍콩(1월12~13일), 싱가포르(1월21일), 말레이시아(1월27일), 태국(2월3일), 베트남(3월10~11일)과 대만ㆍ중국ㆍ일본ㆍ미국 LA와 뉴욕, 캐나다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공연도 잘 치렀고 (주연을 맡은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내년 2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정말 기분 좋습니다."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 내 콜로세움에서 '레인스 커밍(Rain's Coming)-06/07 레인 월드투어 인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마친 한류스타 비(24)는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 다음은 비와의 일문일답. --2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시어터에 이어 두번째 미국 공연을 마친 소감은. ▲3년 전부터 기획한 공연이어서 마치고 나니 무척 흐뭇하다. 뉴욕 공연 때는 정신이 없었다. 그땐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인터뷰, 공연을 치렀다. 이제는 조금씩 뭔가 방법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동양인 관객이 대부분이던데.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미국 진출을 위해 내가 이만큼 준비됐다는 걸 보여준 무대다. 월드투어를 통해 노하우를 모으고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한 후 한번에 미국에 펀치를 날릴 것이다. 이제 한 단계씩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음반ㆍ영화 등 뭔가를 선보여야 현지인들도 알 것 아닌가. 그 이후 성공했는지, 아닌지 판단해달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여기서 들었는데 기분이 최고다. 친구들이 축제 분위기로 전화를 했더라. 박찬욱 감독님과 전화 통화도 했다. 이미 영화제에 진출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 감독님과 팔짱을 끼고 레드 카펫을 함께 걷자고 약속했다. 경쟁부문이어서 더욱 기쁘다. --혼자 영어로 공연을 진행했는데. ▲조금씩 영어 발음이 좋아지는 것 같다. 얘기할 때 막히는 부분도 있지만 방법이 생기더라. 상대방이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웃음)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은 역시 어렵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건강은. ▲정말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아픈 데는 없다. 지긋지긋한 근육통 관절염이 있다. 관절에서 춤 출 때마다 소리가 난다.(웃음) --새해 소망과 계획은. ▲내가 개띠인데 지난 해 12월 아버지가 스님에게서 '개띠해인 올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으셨는데 정말 그랬다. 내년 돼지띠 해에도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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