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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7 17:34 수정 : 2006.12.27 17:34

TV보는 남자

남녀의 교집합에 대해 수학 선생님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모두가 알게 된단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질문들이 쉴새없이 올라오고 있을까? ‘저기요. 그냥 갖다대기만 했는데 애가 생길 수도 있나요? 포인트 다 드릴 테니 빨리 가르쳐주세요.’ ‘남편이 밤마다 야동에 빠져 잠도 안 자요. 내가 여자로 안 보이는 걸까요?’ 물론 우리에겐 구성애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가르치는 데 바빠서 그러신지, ‘어른들’의 성에 대해서는 당최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캐나다에서 날아온 저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 하는 거다.

“하니, 하니. 나한테 물어봐. 섹스에 대해 웃으면서 말도 못하면서, 그걸 하면 되겠어?” <지티브이>(GTV)에서 착실하게 재방송 해주고 있는 <선데이 나이트 섹스 쇼>의 진행자 수 요한슨은 한눈에 예순은 가뿐히 넘긴 할머니. 전직 간호사인 평범한 주부였지만 아이들이 자라자 성 상담자로 나서 캐나다의 여러 대학에서 인기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캐나다는 물론 미국에 엄청난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었고, 지금은 유럽 20여 나라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브라질에까지 사랑의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금방이라도 이빨이 빠질 것 같은 할머니가 섹스 상담을 해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모든 질문에 조금의 주저함이 없이 아름다운 직설 화법으로 대답해주는 그 당당함에 더욱 탄복하게 된다. 어느 주부가 묻는다. “임신 중에 관계를 가지면 아기의 머리를 때릴 수 있다는데.” “하니, 여길 봐.” 요한슨 할머니는 그림과 소도구를 적절히 활용한다. “아기는 여기 들어 있고, 당신 남편은 여기로 들어온다고. 아기가 ‘엄마, 보트 좀 흔들어봐’라고 해도 당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터무니없는 어린 남자애의 질문도 있다. “제가 땅콩버터를 자위 도구로 쓰는데 자꾸 묻어서 불편해요.” “콘돔을 써. 그러면 몸에도 안 묻고, 버터에게도 좋단다. 그런데 굳이 왜 버터를 쓰니?”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은 채 당당하게 대답해주는 그 진지함은 시시때때로 유머로 승화된다.

사실 제3자가 보면 우스워보일지 모르지만, 일요일 밤에 전화해서 할머니에게 물어보는 당사자들 대부분은 절실한 목소리일 때가 많다. 사고로 허리를 쓸 수 없게 되었거나, 노년에 이르러 정상적인 섹스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할머니는 명쾌한 조언을 해준다. 관절 인형을 들고 아주 정확하게 가능한 체위를 설명해주고, 매주 새로운 섹스 토이를 리뷰하며 모두에게 산뜻한 쾌락의 길을 안내해준다. 전화 상담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항상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순발력으로 척척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경륜’이 ‘절륜’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할머니가 쓴 책의 제목에 이런 게 있다. “섹스는 완벽히 자연스럽지만, 자연 그대로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이명석/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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