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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9 08:45 수정 : 2007.01.19 13:59

회당 출연료가 1억원으로 알려진 배용준이 주연인 <태왕사신기>

방송가 권력 이동중 (하)

회당 출연료 1억까지 등장…제작비 40~60% 차지해
외주제작 늘면서 과도한 경쟁으로 무리한 예산운용
수출에도 걸림돌…기획사 “가치 있다면 투자는 당연”

〈문화방송〉의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고현정은 녹슬지 않은 연기력과 함께 고액의 출연료로도 화제를 뿌렸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노웅래 의원실이 지난해 말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 드라마의 연기자 중 최고액을 받은 배우의 회당 출연료는 2500만원이다. 최근 3년 동안 문화방송 드라마 중 최고액이다. 〈무적의 낙하산요원〉(에스비에스)의 문정혁과 〈황진이〉(한국방송)의 하지원은 회당 2천만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봄 전파를 타는 〈태왕사신기〉(문화방송)의 배용준은 자그마치 회당 1억원을 받는다고 방송가에선 전한다. 방송사 피디들과 일부 제작사 피디들은 고액 출연료로 상징되는 스타 권력화가 지나친 제작비 부담을 불러와 드라마 제작·판매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당 출연료가 높은 고현정이 출연한 <여우야 뭐하니>

스타들 출연료 급등, 제작비 부담 심화=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처장이 방송사의 주말연속극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2000년에 주연 2명의 출연료는 평균 360만원이었으나, 2002년엔 510만원, 2006년엔 1300만원으로 360%나 뛰었다.

총제작비에 견준 출연료 비중도 외국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 노웅래 의원실이 2004~2006년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총제작비 10위 안에 든 드라마 20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두 방송사의 제작비 대비 출연료 비중은 각각 63%, 41%에 이르렀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출연료 비중은 제작비의 25~30% 선이다.

고액 출연료는 오락프로그램도 비슷하다. 최고 인기를 누리며 지상파 3사의 프로 5편에 출연하고 있는 유재석의 경우 회당 800만~900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프로 분야에선 개그맨 신동엽이 운영하는 기획사 디와이엔테테인먼트가 유재석, 이혁재, 김용만 등 스타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지상파 3사와 케이블채널에서 20개 가까운 오락프로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문화방송 방성근 피디는 “연예권력이 예전에 비춰 역전된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스타 캐스팅에 어려움이 있고 스타급 연예인들에 대한 제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힘이 커지는 데는 외주제작 드라마의 증가가 맞물려 있다. 김진웅 선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외주제작의 증가로 인한 방송사 드라마 제작실태 변화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방송사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이 40%까지 높아지면서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급증했으며, 외주제작사가 시청률을 높이고자 스타들을 캐스팅하려고 과도한 경쟁을 벌이면서 스타 권력화 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 모시기 경쟁 속에서 출연료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회당 출연료가 높은 하지원이 출연한 <황진이> 장면
스타 거느린 기획사 힘 세진다=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스타들을 거느린 연예기획사(매니지먼트사=기획사)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방송사 피디들 사이에선 돈과 제작시스템을 갖췄어도 스타가 캐스팅되지 않으면 드라마 기획이 어려운 반면, 제작비가 없어도 스타만 두셋 있으면 제작비 유치를 통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하소연이 나돈다.

스타와 스타를 거느린 기획사들은 소속 스타의 출연료는 물론 출연배우 캐스팅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획사의 힘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사들의 기획사 겸업 바람도 불고 있다. 현재 기획사를 겸한 제작사는 사이더스에이치큐, 올리브나인, 제이에스픽처스와 팬엔터테인먼트,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 등 20여곳으로 추산된다.

문화방송 드라마기획개발센터 이창섭 센터장은 “전체 제작비에서 스타 2명의 출연료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충당하려고 세트·의상·소품 등 미술비와 음향·조명시설은 물론 조연·엑스트라 등 프로그램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에 드는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거액의 스타 출연료 지불을 위해 방송사나 제작사는 다른 예산을 삭감하거나 부족분은 협찬을 받는데, 과도한 간접광고나 협찬사의 개입으로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외주제작사 피디는 “방송사에서도 스타가 없으면 편성을 잡아주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스타를 기용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힘 세지는 스타들 ‘파이’ 키우나 줄이나?=방송사 피디들과 드라마 수출 담당자들은 스타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제작비가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한류 드라마 수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에스비에스프로덕션 최재영 차장은 “제작사들이 고액의 출연료를 주기로 하고 스타를 캐스팅한 뒤 이 제작비를 메우려고 해외 수출 때 무리한 단가를 매겨 드라마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가 적잖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전산 피디는 “스타들의 존재가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권력화하면서 파이 자체가 손상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들의 대중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 등은 자연스런 추세라는 견해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의 간부인 ㅎ아무개씨는 “받는 만큼 더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만큼 상품에 대한 투자비용이 가치가 있다면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의 권력을 비난할 게 아니라 배우, 피디, 작가, 스태프 등 모두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산업환경으로 가도록 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끝〉

허미경 남지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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