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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4 10:45 수정 : 2007.02.04 10:45

차가운 '하얀 거탑' vs 따뜻한 '…봉달희'
작품성으로 승부 vs 대중성 집중 공략

신년 벽두 안방극장에서 메디컬 드라마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MBC TV 20부작 '하얀 거탑'(극본 이기원, 연출 안판석)과 SBS TV 16부작 '외과의사 봉달희'(극본 이정선, 연출 김형식). 한동안 뜸했던 이들 의학 드라마의 부활은 신선한 소재에 목말랐던 브라운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두 드라마의 성격이 여러가지 면에서 확연하게 갈린다는 점. 이들이 제시하는 뚜렷하게 다른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차갑다 vs 따뜻하다

일본풍 한자식 제목에서부터 차가움을 전해주는 '하얀 거탑'은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 드라마다. 주인공 장준혁(김명민 분)의 출세욕을 중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심을 향해 뛰는 외과의사를 조명한다.

이 때문에 사실 이 드라마는 굳이 병원이 배경이 아니어도 될 정도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 그들의 출세를 위한 음모와 야합을 냉정하고 차갑게 다루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정계나 재계를 무대로 펼쳐질 만한 소재를 병원으로 옮겨왔다는 점 역시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반면 '외과의사 봉달희'는 매우 따뜻한 드라마다. 메디컬 드라마 하면 떠올리게 되는 환자와 의사간의 감동 스토리, 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응급상황 등은 사실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그 점이 바로 메디컬 드라마가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이유. '외과의사 봉달희'는 그러한 전형성을 바탕으로 인간미 넘치는 외과의사 봉달희(이요원 분)를 내세워 매회 마음을 덥히고 있다. 장준혁이 출세를 위해 뛰는 동안 봉달희는 몸을 상해가면서도 환자를 위해 뛴다.

◇성악설 vs 성선설

'하얀 거탑'에는 착한 사람이 별로 없다. 최도영(이선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과 욕망에만 관심이 있다. 돈이 든 사과상자가 버젓이 오가고, 치고 올라오는 능력 있는 후배를 깔아뭉개기 위한 음모가 꾸며지고,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출세를 위해 위험한 수술에 뛰어드는 등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홀로 양심적인 최도영이 되레 이상하게 보일 정도.

특히 김창완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우용길 교수는 평범한 외모의 이웃집 아저씨도 사실은 속에 시커먼 구렁이를 안고 있다고 믿게 한다.

반면 '외과의사 봉달희'의 등장인물 중에는 악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모두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한다. 깍쟁이처럼 보이는 조아라(최여진)조차도 환자의 죽음에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심지어 6년간 키워온 아들 승민이 사실은 자신의 씨앗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건욱(김민준)도 '기른 정'으로 인해 승민에게 애틋한 부정을 보이며 감동을 전해준다. 찌르면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아보이는 천재의사 안중근(이범수) 역시 오로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후까지 땀을 흘린다. 모두가 날 때부터 착한 사람들이다.

◇명품 드라마 vs 대중적 드라마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하얀 거탑'은 검증된 이야기를 리메이크한다는 장점을 안고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토-일요일 밤 9시40분에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6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평균 14~15%의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률로만 보면 그리 높지 않은 성적. 그러나 드라마는 빈틈 없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주연들의 터질 듯 팽팽한 연기가 합쳐지면서 첫회부터 마니아를 낳았다.

이에 반해 창작 드라마인 '외과의사 봉달희'는 첫 회가 방송되자 미국 ABC TV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표절했다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회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도중에 "표절이면 어떠냐 재미만 있다"는 의견까지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가 됐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봉달희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메러디스 그레이와 분명 다른 인물이고 이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상황 역시 '그레이 아나토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

'외과의사 봉달희'는 첫선을 보이는 창작물인 까닭에 '하얀 거탑'에 비해서는 허점도 보이고 중간중간 늘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상황 설정이 너무 일본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하얀 거탑'과 달리 현재 한국 병원의 실정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4회 만에 수-목요일 밤 10시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서더니 6회에서는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하얀 거탑'이 탄성과 함께 찬사를 받는다면, '외과의사 봉달희'는 편안하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로 어필하고 있다.

◇냉소적 불륜 vs 애틋한 순정

두 드라마는 사랑에 접근하는 관점에서도 180도 대조를 이룬다.

'하얀 거탑'은 기본적으로 멜로 라인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와인바 사장 강희재(김보경)와 유부남 장준혁의 불륜이 병원 정치놀음의 연장선에서 그려지고 있는 정도. 장준혁은 강희재를 내연녀로 두고 그녀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 또 강희재는 와인바에 오는 의사들의 얘기를 종합해 장준혁에게 정보보고를 하며 사랑받는다.

그러나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실수투성이 레지던트지만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는 봉달희에게 안중근과 이건욱이 동시에 마음을 열면서 애정의 삼각관계가 펼쳐질 전망이다.

각기 처녀, 총각, 이혼남으로 연애에 관한 한 아무런 장애가 없지만 모두 나름대로 상처를 안고 있어 누구도 사랑에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 이 때문에 이들의 가슴앓이 사랑은 여느 멜로 드라마 못지않게 애틋함을 전해주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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