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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패러디 속 상상력 풍성
만화가 정훈이(33)씨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따위를 패러디해 10여년 간 영화 주간지 <씨네 21>에 연재해 온 ‘정훈이 만화’가 책으로 추려져 나왔다. <정훈이의 내 멋대로 시네마>(12000원)와 <정훈이의 뒹굴뒹굴 안방극장>(11000원) 두 권이다.
주인공 남기남. 티브이, 영화 속에 푹 빠져있는데 거동조차 부담돼 보이는 앙바틈한 풍채로 오지랖도 넓다. <옥탑방 고양이>,
<다모>의 남기남. 상처받았다. 포졸이라는 이유로 ‘다모’(김꽃달)의 사랑을 받기는커녕 면박까지 당한 탓이다. 좌포청 종사관이 부러울 법한데 무관 시험을 보기로 한 건 당연하다. 욕심만 있을 뿐 실력이 없는 건지 오십견이 온 건지 시간은 많이 흘렀고 어느새 활을 당기기조차 어렵다. 정씨의 <인어 아가씨>에도 드라마 주인공 아리영의 <인어 아가씨>만큼 애증이 담겨있다. 붕어아가씨는 붕어탕집 아들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붕어 대왕을 잃는다. 붕어탕집 며느리가 되어 복수할 날만을 꼽는데 붕어탕만 30년을 연구했다는 시어머니가 그를 몰라볼 리 없다. 책에는 붕어아가씨의 위기가 유쾌, 유장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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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 압도하는 현대사회에서 매체에 의해 주입된 이미지야말로 개성을 훼손하며 대중을 획일화하는 막강한 수단일 것이다. 정씨의 미디어 패러디가 지닌 의미를 음미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은 계몽·사회풍자형이라기보다 그저 ‘썰렁한’ 패러디로서 억눌린 시선과 잠재한 상상을 드러내는 데 무게를 더한다. “허리 물론 없”고 “직업도 없”으면서 “은근히 예민”한 남기남과 그의 덩치를 고스란히 빼닮은 채 “츄리닝티, 앙큼한 눈빛”의 “잘난 체”까지 하는 ‘김꽃달’, “남기남 부려먹기”가 장기인 ‘씨네박’이 대표 인물인데, 푸근한 생김새부터 그 취지에 어울린다. 이끼북스 펴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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