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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6:17 수정 : 2005.03.21 16:17

요즘 다큐멘터리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가 독주하던 밤 10~11시대가 모처럼 다채로운 다큐로 채워져 시청자를 맞고 있다. 다큐가 다음날 화제가 되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 15일 밤 10시 한국방송 1텔레비전 ‘사랑’(연출 송웅달) 1편 ‘900일간의 폭풍-사랑하면 예뻐진다’가 전파를 탔다. 〈생로병사의 비밀〉 100회 특집 3부작의 첫회였다. 뇌과학을 통해 들여다본 사랑의 실체가 눈길을 잡았다. 누구나 다 사랑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폭풍 같은 열정의 지속기간은 길어야 900일, 그나마 최고조에 이른 300일 이후론 열정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사랑의 폭풍에 휩싸인 20대 커플 다섯 쌍의 심층 인터뷰와 뇌사진 촬영, 연기자를 동원한 감각적 재현 영상과 맞춤한 음악 등이 어우러졌다. 사람의 출생과 성장, 노화, 죽음을 다룬 영국 비비시의 〈인체의 신비〉 같은 고급한 다큐의 재미를 한껏 느껴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제작진이 표방한 ‘감성과학 다큐’가 그 어휘의 생경함을 벗고 감성에 꽂혔다.

같은 날 밤 11시 문화방송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도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북녘땅의 비경이 첫선을 보였다. 알래스카 아닌 한반도에서 곰의 눈장난과 한국표범, 늑대, 여우의 눈빛을 만났다. 한반도 안의 잊혀진 대륙을 다시 발견한 듯했다. 다큐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16~17일엔 한국방송 1텔레비전에서 〈도자기〉 1~2부를 방영했다. 지난해 방송된 6부작을 최근 방송위원회 대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수·목 밤 10시부터 3주 동안 다시 내보내고 있다. 한국에선 드물게 시도된 문명사 다큐로, 지난해 연말부터 각종 상을 휩쓴 수작이다. 세계 30개 나라의 도자기 관련 역사가 고화질 영상으로 펼쳐진다. 재일동포 작곡가 양방언의 음악 또한 빼어나다. 놓쳤던 이에겐 좋은 기회다.

20일 밤엔 문화방송 ‘육영수와 문세광’ 1편 ‘중앙정보부는 문세광을 알았다’가 뒤통수를 때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새 시즌 첫 작품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씨의 죽음 이면을 파고든다. 최근 공개된 수사기록과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 총성 및 화상 분석을 통해 묻혀졌던 당시 피살 현장의 의문들에 다가선다.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급기야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의 이름이 거명되면서는, ‘팩션소설’ 〈다빈치코드〉 못지않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직은 사실들 간의 거리감이 있긴 해, 2부를 통해 촘촘한 점묘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큐 주간’은 한동안 이어진다. ‘사랑’은 이번주와 다음주 ‘섹스’와 ‘애착’ 같은 한층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룬다. 〈도자기〉의 지적 탐험과 〈이제는…〉의 비사 추적도 계속된다. 그사이 또 다른 흥미로운 다큐 체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큐에 ‘봄의 왈츠’가 울리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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