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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씨는 요즘같은 시대에 만파식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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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인생 오태석 60번째 작품
소원성취 설화 빌려서라도
분단·왜곡·이기심 없어지길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꽝꽝 때려대는 장구소리를 헤집고 오씨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니, 아니, 사선을 봐야지.” “스텝을 12박자에 맞춰봐. 몸도 틀고.” “동살풀이 네 장단이 가는 동안에 콤비네이션이 되라 이거야.” “자, 땅 땅 때려줄께, 한번 더!” 작품에서 북청사자 놀이패와 농악대 등이 백두산 천지가 열릴 때의 즐거움을 축하하는 춤사위를 오씨가 직접 숫자를 세어가며 가르치고 있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는 자신의 60번째 연출 작품으로 기록될 <만파식적>에 더욱 애착을 갖고 힘을 쏟아붓고 있다.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서기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뼈아픈 가족사와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분노, 이기적인 우리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연극을 통해 표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1일 어머님이 85살에 돌아가셔서 충남 서천의 선산에 모시면서 곁에 빈관을 함께 묻었지요. 6·25가 나던 1950년 7월에 납치돼 생사도 모르는 아버지의 백골이나마 합장시켜 드리겠다고 약속했어요. 올해 92살일 텐데 아마 돌아가셨을 거예요. 두 분이 56년간의 여생을 따로 지냈으니 저승에서나마 함께 해드리고 싶었어요.” 이 작품의 줄거리 또한 극 중 어머니가 임종하자 6·25때 납북된 아버지를 찾아 함경도 나남과 백두산 천지 등을 여행하는 주인공 종수의 북한 방문기와 <삼국유사>의 만파식적을 얻으러 백두산 천지와 송화강을 방문하는 신문왕의 행적이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그는 만파식적 설화를 주된 모티브로 삼은 이유에 대해 “설화나 신화를 빌어서라도 희망을 갖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파식적을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질병이 없어지고 나라의 근심이 없어지며 평화가 온다고 하잖아요. 우리에게도 남북 분단이나 이기심, 일본의 교과서 왜곡, 중국의 역사 왜곡 같은 것을 없앨 만파식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또한 젊은이들이 우리의 신화와 설화 등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란다. “현재 일본 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의 문제도 우리 역사를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내팽개쳐버린 그릇된 역사교육 정책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오랫동안 설화와 전통문화에 천착해온 까닭은 연극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신화를 만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02)745-3966.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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