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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6 14:38 수정 : 2005.04.16 14:38

영화배우 조승우. <씨네21> 오계옥 기자

역시 조승우였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지킬 박사,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아 초원이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동성을 사랑하는 트랜스젠더 가수로 또 한번 변신했다.

지난 12일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헤드윅'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5일 오후 10시부터는 조승우가 출연하는 첫 심야공연이 열려 한밤 대학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200여 석의 라이브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대부분 2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긴 금발머리 가발에 짙은 화장, 반짝이는 구슬과 보석이 가득 달린 민소매 티셔츠차림의 조승우가 무대 위에 등장하자 객석은 떠나갈 듯 했다.

조승우가 분한 '헤드윅'이란 인물은 동베를린 출신의 트랜스젠더 록커로 원래 이름은 한셀. 미국을 동경하던 한셀은 어느날 미군 루터 로빈슨 하사와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름도 '헤드윅'으로 바꾼다.

하지만 수술 실패로 남성의 '그것'이 있던 자리엔 정체불명의 '1인치 살덩이'가 남게 되고, 루터를 따라 미국으로 가지만 곧 이혼 당하고 만다.


이후 연하의 소년 토미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는 헤드윅이 작곡한 음악을 훔쳐 록스타로 성공한다.

다시 버림받은 헤드윅은 토미의 순회공연을 쫓아 그림자 공연을 열면서 관객에게 자신의 불행한 인생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두 시간 내내 이어지는 이 만만찮은 작품 속에서 조승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미소년으로, 쉴새없이 아양을 떠는 트랜스젠더로,파워풀한 가창력을 내뿜는 록커로 변했다.

심야 시간대라 그런지 보통 저녁 시간대의 공연보다 열기는 훨씬 뜨거웠다.

특히'Tear Me Down'(나를 부셔봐), 'Sugar Daddy'(슈가 대디), 'Angry Inch'(앵그리인치), 'Wig in a Box'(상자 속 가발) 등의 노래들을 열창할 땐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거울을 보면서 "어머머, 컬이 풀렸잖아!" "내 몸매는 옆에서 봐야해. 라인이 예술이야~"라며 닭살스런 대사를 애드립처럼 소화해 웃음바다로 만드는가 하면, 상처를 고백하는 긴 독백에선 눈물까지 보이는 실감나는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까지 보일 만큼 작은 극장에서 그는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 무릎 위에 앉기도 하고, 헤드윅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선 가발과 옷을 벗어 던친채 무대 위에서 나뒹굴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난 시간은 벌써 자정 무렵. 객석에선 '앙코르'가 터져나왔다.

흥분한 관객에게 조승우와 앵그리인치 밴드,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 역의 백민정은 다시 무대에 나와 주제곡들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관객은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로 열광했다.

관객을 장악하는 조승우의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공연은 6월 26일까지. 개막 첫 한 달 가량만 출연하는 조승우 공연표는 이미 매진된 상태다.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된 오만석의 공연표도 4월 분은 거의 팔려나갔다.

조승우가 빠진 이후의 공연에는 오만석, 송용진, 김다현이 트리플로 출연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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