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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찬우, 김태균, 최재현 엔에이치엔 네이버부문장, 박광수 스타앤컴퍼니 대표이사, 박준형, 리마리오, 정종철. 엔에이치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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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만발’ 이냐‘기획사 권력화’ 냐 ‘컬투’와 ‘갈갈이’가 뭉쳤다. 개그계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스마일매니아’의 독주를 견제하는 한편, 개그맨들의 권익보호를 목표로 기획사의 덩치를 키운 성격이 짙다. 스타급 개그맨들을 거느린 기획사의 전횡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들의 ‘즐거운 경쟁’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진한 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컬투패밀리와 갈갈이패밀리가 지난 18일 합병을 통해 스타앤컴퍼니(대표이사 박광수)를 설립했다. 이로써 스타앤컴퍼니는 컬투(정찬우·김태균), 리마리오, 박준형, 정종철, 김시덕, 박성호 등 60여명의 ‘잘나가는’ 개그맨을 거느린 국내 최대 개그맨 기획사로 태어났다. 또한 컬투패밀리는 에스비에스 〈웃찾사〉와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 중이고 갈갈이패밀리는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활동하고 있어, 스타앤컴퍼니는 지상파 3사 공개 개그프로그램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스타앤컴퍼니는 연기자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제작, 공연장 운영, 공연 기획, 프로모션, 디지털 음원 중계 등 다양한 수익 사업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3대 개그맨 기획사 가운데, 선두를 달리던 스마일매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2개사가 뭉쳐, 양대 경쟁체제가 구축된 모양새다. 이로부터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다면, 우수한 개그 콘텐츠 양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찬우씨는 “방송 프로그램과 소속사를 떠나 ‘코미디’ 아래 모였다”며 “양질의 개그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의 이민호 피디는 “경쟁 체제 속에서 전략적 제휴가 이뤄진 것”이라며 “공연문화의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웃찾사〉의 이창태 피디는 “이들의 합병 자체는 사실 시청자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개그의 충실도·완성도로 이어져 시청자 권리가 충실해지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개그맨들의 권익보호 차원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개그 프로가 극심한 경쟁 체제에 접어들고 각 방송사의 문호가 두루 개방되면서 신인 개그맨들이 주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온 데 따른 것이다. 박준형씨가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에 휘둘리는 후배나 동료 개그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두 회사가 뭉쳤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가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타급 탤런트들의 막대한 출연료가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해 드라마의 질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이 개그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한 간접광고 등 수익만을 노려 드라마 외주제작에 참여하는 연예기획사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개그 프로마저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는 외주제작에 맡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소수 연예기획자들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제 배만 불리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공재인 방송이 시청자들의 권익을 위해 사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거대 기획사의 치열한 경쟁은 선정적인 개그의 범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좀더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된다면 전반적인 개그 프로의 질 저하가 필연적 결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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