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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8 18:31 수정 : 2005.04.28 18:31

록밴드, 기타와 이별하다

‘오메가3’. 1980년대 우뢰매의 사촌쯤으로 지구를 지키는 명분이 무색하게 ‘허접’한 변신을 일삼을 듯한 이름이다. 이들이 내놓은 첫 번째 앨범 제목도 이에 걸맞게 <알파비트>다. 그런데 대놓고 복고를 외치며 ‘피아노 록’을 내건 이 앨범은 세련되고, 장난스럽고 진지하고, 웃기고 슬프다.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베이스), 최재혁(드럼), ‘윤도현밴드’ 등에서 활동했던 고경천(키보드)이 뭉쳤으니 이해할 만하다.

피아노·무그등 ‘건반’ 앞으로
복고풍 ‘사이키델릭’ 에 도전
4분 넘는 긴 곡·뜬금없는 가사
시비걸고픈 ‘불친절함’ 이 매력

이 앨범에선 먼지를 털어 꺼낸 듯한 건반 소리가 기타를 대신해 몽환적으로 내달리는 연주를 끌고 간다. 특히 1970~80년대 아트록에 많이 쓰인 무그(신디사이저의 전신), 멜로트론 소리를 거의 모든 곡에 입혔다. 멜로트론은 플룻 등 갖가지 소리를 곱씹어 애잔한 정서를 흩뿌린다. 도어스의 곡에 등장했던 복스오르간도 ‘한숨 짓는 도시’라는 노래에 여운을 보탠다. 드라이브 패달을 밟은 연주로 징징 울리는 베이스에 고전적인 피아노 선율이 얽혀든다. 기타 중심의 록에 익숙한 세대에겐 옛 것을 다듬은 새 소리다.

윤준호(34)는 “다들 더 새롭고 더 세련된 쪽으로 간다”며 “우리는 그냥 뒤를 돌아보며 좋아했던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스타일을 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 밴드들 이름은 마그마, 블랙홀처럼 거창하잖아요. 우리 이름도 그렇게 붙이고 싶었어요. 어느 날 개 밥 주다가 사료 봉투에 ‘오메가3 함유’라는 글귀를 봤어요. 뭔가 굉장히 좋은 성분인 것 같고 거창한 느낌도 나서 우리 이름으로 삼은 거예요.”

술 마시다 “기타 빼고 밴드를 짜면 재밌는 소리가 나겠다”해서 뭉쳤다는 이들의 인트로 곡을 들으면 형사 콜롬보의 추격 장면 같은 게 떠올라 피식 웃게 된다. 시계태엽 감는 소리로 시작하더니 오르간, 베이스, 드럼 등이 쫓고 쫓긴다.

그런데 두 번째 곡 ‘나의 노래’부터는 깊은 상실감이 묻어난다. “내 맘 골짜기의 마른 뼈처럼 흩어진 채 무엇을 느낄 수 있나. 그 무엇을 노래할 수 할 수 있나. …겁도 없이 외쳐대던 그 소리들을 돌려줘요.” 씁쓸한 고백은 이어진다. “빛이 바랜 먼지투성이 세 잎 클로버”(세 잎 클로버), “그래 넌 변했어, 작은 어깨도 젖은 눈빛도 하얗던 미소도”(사카린)….

윤준호는 “옛날을 떠올리면 즐거우면서도 빛바랜 것처럼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인 ‘오메가 수트’는 인트로와 같은 멜로디인데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음질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지직 거리는 엘피 돌아가는 소리를 섞었다. 여기에 피아노의 단조 선율이 내려앉는다.


이들의 노래는 11곡 가운데 인트로와 마지막 곡을 포함해 5곡 빼고는 모두 4분을 넘긴다. ‘디지털 스토리’는 6분짜리다. 최재혁(30)은 “듣는 이들은 친절하지 않다고 느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론 남 비위 안 맞추고 제 흥에 겨운 불친절함이 더 매력 있다. 의미 부여를 거부하는 뜬금없는 노랫말도 그렇다. “아버지는 잘 계시니? 내 동생은? 지나가는 구름과도 안녕. 바닷가 물고기도 라랄랄랄라. 사실 말은 안 되거든요.”(난 이런 노래 합니다) “너희는 그런 노래 하냐”라고 괜히 시비 걸고 싶다거나 이들의 노래에 홀려보려면 30일 서울 홍대 앞 사운드홀릭(02-3142-4203)이나 다음달 22일에 서울 대학로 질러홀(02-741-9700)로 가면 된다.

글 김소민 기자prettyso@hani.co.kr 사진 프레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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