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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FM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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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비타민’ 날마다 배달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대중 음악에 견줘보면 아직 클래식을 즐기는 인구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자주 접하지 않는 이들에게 클래식은 어렵고 지루한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출퇴근길·잠 못이루는 밤
지친 심신 달래준 오랜 벗
음악정보·퀴즈도 인기 한몫
이런 가운데 다양하면서도 참신한 기획으로 청취자들을 라디오 앞으로 끌어들이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방송 라디오 1FM(93.1㎒)의 <출발 FM과 함께>(매일 아침 7~9시), <세상의 모든 음악, 김미숙입니다>(매일 오후 6~8시), <당신의 밤과 음악>(월~금요일 밤 10~12시)이 화제의 프로그램들이다.
<출발 FM과 함께>는 올해로 만 10년이 되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청취자층을 넓혀가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홍순덕 1FM팀장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는 시간대 청취자들이 귀를 기울이도록 활기찬 음악 위주로 선곡하고, ‘뇌를 깨워라’ ‘이 아침의 시선’ 등 정보성 코너를 음악 사이사이에 배치해 속도감있게 진행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를 깨워라’는 알아두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만물의 이치를 대하는 마음이 깊어질 만한 상식을 전해주는 코너. ‘이 아침의 시선’은 한 주 동안 일어난 가벼운 뉴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난 소소한 이슈를 통해 이 시대의 코드를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단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출발 FM과 함께>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지난해 5월 클래식 프로그램으로는 처음 만들어진 퀴즈 코너. 클래식 감상의 재미와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 곡이나 작곡가, 연주자 등 클래식과 관련한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퀴즈를 낸다. 이 퀴즈엔 하루 평균 150~200여명의 청취자가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클래식 초보자들이 음악에 대해 좀 알고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게 담당 연출가 이동우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 김미숙입니다>는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적절히 배합한 선곡으로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과 영국 중심의 음악에서 벗어나 라틴 아메리카, 러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지역의 음악을 고르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이다.
특히 월드 뮤직, 숨은 음악, 크로스오버의 명곡, 아티스트, 음악의 배경 등을 설명해주는 ‘뮤직 노트’ 코너는 음악정보이면서도 음악과 삶이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해, 퇴근길 청취자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거나 좋은 책을 읽은 듯 가슴 뿌듯한 만족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 진행자인 중견 연기자 김미숙씨의 생활에서 묻어난 원숙미까지 더해져 80년대 젊은 시절을 살았던 이들, 특히 40대 남성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당신의 밤과 음악>은 26년의 역사를 가진 1FM과 고락을 같이 해왔다고 해도 될 만큼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23년이 됐다. 하루를 정리하는 밤 시간에 품격있고 따뜻한 클래식 음악으로 청취자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지친 심신을 다독여왔다.
프로그램 가운데 그림이나 조각, 영상 같은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떠오른 삶의 조각들에 대해 얘기해보는 미술 에세이 ‘그림 같은 세상’ 코너는 오디오와 비디오의 접목을 시도한 기획으로 눈길을 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그림들을 매일 ‘당신의 밤과 음악’ 홈페이지에 올려 청취자들이 그림을 직접 보면서 음악을 들을 때의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했다.
홍순덕 1FM팀장은 “좋은 음악은 영혼을 깨우는 힘이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이 클래식과 더욱 친해지고 삶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음악과 사람 잇는 다리 돼야죠”
‘당신의 밤과 음악’ 이미선 아나운서
“<당신의 밤과 음악>을 이번에 세번째 다시 진행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 숨이 차고 불안한 우리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청취자들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힘을 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에서 2일부터 1FM의 <당신의 밤과 음악> 진행을 맡은 이미선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떠나 있을 때도 이메일과 편지로 안부를 묻고 방송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청취자들과의 소중한 인연이 세번째 만남의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아나운서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목소리로 20여년 동안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이 가운데 절반을 <당신의 밤과 음악>을 맡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특히 절제된 멘트를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말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우리 청취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가능한 한 음악과 음악 사이에, 음악과 사람 사이에 적절하게 필요한 다리를 놓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제 멘트는 음악의 흐름을 돕고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려고 하지요.”
뿐만 아니라 마니아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정확한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전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음악회를 찾고 연주자들의 이야기, 음악의 이면에 관심을 쏟는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할까 늘 고민합니다. 음악회도 기획하고 다양한 주제의 음반도 만들고 청취자의 의견에 귀기울여 방송에 반영도 하고요.” 그는 아름다운 음악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점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요즘 주변에서 클래식 문화가 다양하게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저녁의 연주회만이 아니라 주부를 대상으로 한 아침의 음악회, 다양한 기획자와 연주자들의 재미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 기업이 후원하는 미술관음악회, 실내 앙상블 등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
그는 “20여년 클래식 음악 속에서 일하는 행복을 누리면서 언젠가 시간이 있으면 꼭 배워야지 했던 클라리넷도 배우고,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과의 자유로운 대화가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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