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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5 17:15 수정 : 2005.05.05 17:15

솔로 앨범 ‘디퍼런스’
아르앤비·재즈·힙합까지
다양한 장르 재밌는 시도
곡마다 제각각 다른 맛

한국에서 윤도현(33)만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중 속에 스며든 로커는 드물다. 그의 이미지는 주류 질서로부터 벗어나 있지만 도덕적 관념의 뼈대까지 위협하진 않는다. 예컨대 머리를 박박 깎고 담배가게 아가씨를 예찬하지만 ‘어르신’들 앞에서 맞담배를 빡빡 피우진 않을 듯한 ‘청년’이다.

그가 솔로로 낸 앨범 <디퍼런스>에 담은 노래들은 제목처럼 이전 곡들과는 다르다. 록이 아니라 아르앤비, 재즈, 발라드, 힙합 등 여러 색깔을 실험한 ‘종합선물세트’다. 그렇다고 그가 지니고 있던 색깔을 허물지는 않는다. 윤도현 목소리만의 울림이 살아있어 그리 낯설지 않다. 그의 록을 좋아했던 팬이나 변신을 바랐던 사람들이나 이 앨범에 시비를 걸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앨범은 그의 ‘자발적인’ 첫 솔로 작업이다. 10년 전 데뷔 땐 밴드가 없어 혼자 첫번째 앨범을 냈고 그때도 록이었다. “이번엔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좋은 거 들으면 호기심도 생기고 욕심도 나잖아요. 그동안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선후배들을 끌어들였죠.” 이번 앨범에 담은 곡들은 한 개념으로 묶이지 않고 제 각각 다른 맛을 낸다.

편안한 팝인 ‘사랑했나봐’는 이승철의 ‘긴 하루’ 등 발라드를 작곡한 전해성의 특징이 묻어난다. 프뤼겔호른과 첼로가 서정성을 더하고 가사도 “자꾸 생각나 견딜 수가 없어” 등 절절하다. ‘너의 느낌대로’는 포크 느낌이 나고 윤도현이 작곡한 ‘생명’은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곡을 닮았다. 스탠다드 재즈곡인 ‘위드 유’에서는 그와 부인 이미옥의 어우러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너무 감미로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결정을 후회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는 곡이다. “같이 노래하니까 더 설레던데요.”

감정을 어루만지는 곡들 사이로 빠른 박자의 장난끼마저 넘치는 노래들이 끼어든다. 윤미래와 박재선이 작곡한 ‘겟업’에서 옛 노래의 소리를 내는 키보드가 레게풍 리듬을 타는 드럼, 퍼거션 위로 날름거리며 흥을 돋운다. 토미키타가 작사·작곡한 ‘서커스’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영화 <롤라런>을 떠올리게 한다. 밀었다 당겼다 쫀득거리는 ‘수다’에서는 “축구 얘기, 군대 얘기 지겹지도 않니” 처럼 뼈있는 비꼼에 힙합 보컬을 얹었다. “여성하고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요. 물론 이성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강한 척하는 남성들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상대를 제압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속 이야기를 잘 안하죠.”

“이번 앨범은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그는 “너무 잘하려고 하는 강박관념은 안좋다”며 “즐겁지 않은 음악은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3월24일부터 두달 동안 벌인 유럽 공연 끝에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학창 시절이건 졸업한 뒤건 거의 투쟁하면서 살잖아요. 거기는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더라고요.”

이번 앨범처럼 ‘재미로 떠나는 다른 장르로의 여행’이 계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란다. “기약은 없지만 자유롭게 이 음악 저 음악 해야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중요한 건 저는 언제나 윤도현밴드(윤밴)의 윤도현이란 점이죠. 돈 벌어서 음악하기 좋은 환경 만들고 윤밴이 늙어서도 존중받으며 록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다음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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