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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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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안고 있는 사랑의 상처도 아주 어둡다. "'와, 대사가 되게 맛깔스럽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친절하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들 (남녀 주인공 같은) 이런 마음을 속으로는갖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실제 남자 주인공 같은 남자가 나타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어휴, 미친다"며 웃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닫혀 있을 땐 닫혀있고, 열려 있을 땐 열려있는. 그 사이가 없다. 여주인공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내가 그런 그녀를 이해하니까 내게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첫 주연. 지금까지는 늘 극의 어느 한 부분만을 책임지면 됐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 박해일과 둘이서만 짐을 나눠 짊어질 수 있었다. "너무 힘들었다. 여태껏은 누가 끌고 가는 영화에만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나 때문에 영화가 휘청거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해일이 오빠가 많이 도와줬지만 예전과달리 상당히 예민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그래서 인지 막상 크랭크 업 때는 썩 기분이좋지 않았다. 잠도 못자고 숨가쁘게 4개월을 달려왔는데 그런 과정에서 놓이게 되니까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출연했던 SBS 드라마 '은실이'에서 은실이의 의붓 언니로 강한 인상을 줬던 강혜정은 이 드라마를 끝으로 3년간 쉬었다. 그러다 스무살 때 영화 '나비'로 다시 연기를 재개하면서 젖살이 쏙 빠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얼굴이 돌출형인데 거기에 젖살이 덮혔다가 빠지니까 인상이 확 달라보이는 것같다.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고 다이어트는 해본적이 없는데, 그때는 저절로 살이빠지더라." 그는 예술영화 '나비'를 찍고 난 후 "진짜 배우가 되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았다. 배우 김호정과 문승욱 감독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 '올드보이' 오디션 때는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죽을 힘을 다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의 조합만으로도 내 오감이 목숨을 걸 수 있게끔했다." 잔인함의 극을 달린 '쓰리-몬스터' 때는 "온 몸이 묶인 채 연기하는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싶었고, '남극일기'는 "시나리오를 덮는 순간 목을 조여오는스산한 공포가 대단했다"고 한다. 똘망똘망한 느낌 그대로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낸 그는 마지막에서도 방점을 찍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혜정아, 넌 '늙은 배우'가 되라'고 하셨다.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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