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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8 17:00 수정 : 2005.05.18 17:00

엉덩이 흔들 준비됐나요?

“부릉부릉~” 아담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있는 깜찍한 ‘친구’가 보이는가? 그 뒷자리에 폴짝 올라 타는 건 자유다. 서류 가방은 던져 놓자. 가르마를 매끈하게 탄 머리에 ‘포마드’라도 살짝 바르는 건 어떤가. 플레어스커트는 종아리를 스치며 사각거려야 한다. 고지마 마유미(32)의 여섯번째 앨범 <스위트하트 오브 파블로>가 출발한다. 다함께 ‘스윙’이다.

속도를 원한다면 다른 차편을 알아보는 게 좋다. 이 오토바이는 토실토실한 고양이가 궁둥이를 흔들며 길을 건널 때 그 리듬에 발장단을 맞추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콧소리 섞인 고지마의 목소리는 1940~50년대 어느 바에서 흘러나올 법한 박자를 어른다. ‘삐삐밴드’의 이윤정 같기도 한데 어린이에서 요염한 여인까지 질감의 변화에는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장난스럽게 딸꾹질하는 기타 소리를 타넘으며 드럼이 들락날락하는 첫곡 ‘파블로의 연인’이 흐를 때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려 말을 걸어 본다. “전 스윙이 정말 좋아요. 이상하게 질리지 않아요. 그렇다고 1940~50년대 리듬에 매달리는 건 아니에요. 이 노래는 제 나름대로 레게 색깔을 섞어본 거예요. 피카소의 연인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썼어요.”

브라스밴드까지 빵빵거리며 스텝을 밟는 ‘하트에 불을 붙이고’가 금세 야단법석 지나갔다. 이번엔 이국적으로 통통 튕기는 북소리를 색소폰이 뿡뿡 대며 밀어붙인다. ‘뱀의 딸’이다. “어머니와 큰 어머니가 격렬하게 싸우는 걸 보고 만들었어요. 이곡을 부를 땐 아라비아에 가고 싶어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라는 노랫말에 맞춰 기타가 경쾌하게 촐랑대는 ‘잘 가요, 여름의 빛’은 “농촌으로 간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 끝자락 쯤 그가 뒤돌아 윙크하며 바람에 짧은 앞머리를 흩날릴 듯하다.

“제게 영감을 주는 건 술이에요. 술에 취했을 때 하찮은 일들을 노트에 날려 쓰죠. 나중에 그 가운데 발췌해요. 하지만 한번도 취한 채 작곡한 적은 없어요.” 그렇게 그를 통과하며 일상은 모두 특별한 ‘재미’가 된다. 문화방송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엔딩곡인 ‘스터디 에이 마이너’로 ‘튀며’ 이 여정의 시동이 꺼질 즈음 “리듬으로 장난을 거는 당신은 누구냐”라고 난데 없는 질문을 날려본다.

“특별히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학생 시절엔 브라스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불었죠. 친구들과 함께 1950년대 노래들을 본뜨는 밴드를 만들고 드럼도 연주했어요. 18살 뒤엔 혼자 곡 써요. 그냥 어려서부터 전 가수가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좋아하는 건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 그리고 이동하는 모든 상태다. “서커스단처럼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목적도 없이 달리는 게 좋아요. 일본이 섬나라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아프리카까지 갔을 거예요. 혹시 저랑 같이 가실 분 없어요?”


“만약 자유를 얻고 싶다면 …이 버스에 타지 않으면 안 되지 …시간을 잊어 버리고 이 버스는 당신을 기다리지”(자유를 얻고 싶다면). 자, 다시 한번 신나게 ‘스윙’, 준비됐나?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포니캐년 제공. 이 기사는 고지마 마유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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