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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8 18:20 수정 : 2005.05.18 18:20

이번 주부터 ‘박현정의 TV 속으로’라는 방송칼럼이 2주일에 한 번씩 실린다. 대중문화 비평 글을 주로 써온 박현정씨는 월간 <바자>와 <딴지일보>, <미디어몹> 기자를 거쳐 웹진 <드라마몹>의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연예인과 관련한 사건 사고는 거의 대부분 전파를 탄다. 그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가정사라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심지어 부부싸움의 흔적이 남은 방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한다.

처음엔 흥미롭게 보던 시청자들도 연일 이런 방송으로 도배가 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나중엔 ‘니들이 이혼을 하든 재혼을 하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과는 종류가 다른, 우리 사회 일반의 문제로 보아야 마땅할 사건에도 이런 보도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최근 군기를 잡겠다며 후배 개그맨을 폭행한 김진철이 “이는 쭉 있어온 개그계의 관행”이라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아직도 잔존하는 군사문화의 폐해로, 끝까지 파헤쳐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뿐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에서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결론은 두 당사자간의 ‘오해가 풀렸다’는 합의로 끝이 났다. 언론은 일단락된 사건으로 마무리짓는 분위기고 피해자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수습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예인 엑스파일 사건도 그렇다. 연예인들은 국민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방송은 연일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결론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루어진 연예인쪽의 소 취하였다. 자신들의 인권을 찾겠다는 명분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언론은 이를 간단하게 보도할 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연예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대할 때면 결국 밥그릇 싸움이려니 냉소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연예인들의 개인적 한풀이를 위해 방송이 전파를 낭비하고 있는 데 분노하면서, “서민들은 억울한 일 당해도 호소할 곳 하나 없는데 너네는 사적인 일로 방송에 대고 떠드니 좋겠다”라고 냉소하며 이를 모두가 처한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런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 최근 개그맨들의 ‘노예계약’ 파문이다. 개그맨들은 계약상의 문제뿐 아니라 욕설이나 비인간적 처우 등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분명 인권과 관련한 사회문제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해관계에 얽힌 연예인과 소속사의 갈등, 즉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전쟁’으로 비쳤다.


이렇게 흘러가는 데에는 연예계와 방송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방송을 통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임에 분명한데도 필요할 때만 국민을 찾고 이해관계가 해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는 연예인들. 연예인과 관련한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의 속성과 상관없이 해당 연예인의 이성을 잃은 발언이나 우는 모습을 내보내는 등 자극적인 가십성 보도 경쟁으로 일관하는 방송. 이런 보도는 그야말로 낭비다. 자극과 눈물은 연기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박현정/ 드라마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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