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25 17:57 수정 : 2005.05.25 17:57

‘사이드-비’의 테이크(임희택·26·왼쪽)와 가스(본명 배준·29) \

1세대 자신감 겉멋버린 스타일
“고여서 썩느니 차라리 흐르리”

힙합이 겉멋? 그랬다면 빛도 못 보는 클럽생활 진즉 때려치웠겠다. 6~7년은 너무 길다. 할 말 많고, 흥 넘쳐 “관객 3명”도 “얼씨구나” 반겼다. ‘사이드-비’의 <백 투 더 게임>과 ‘45아르피엠(RPM)’의 <올드 루키>가 이제야 잇따라 지상 밖으로 튀어나왔다. 힙합은 거기서 거기? 이 외골수들, 닮은 꼴이라면 질색이다.

너의 그 희망 끝까지, 너의 그 절망 끝까지(저스트 두 잇)=한번 가볼 텐가? ‘사이드-비’의 가스(본명 배준·29)와 테이크(임희택·26), 첫 곡부터 밀어붙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힙합 클럽 ‘마스터 플랜’에서 갈고 닦은 내공이 든든하다. 힙합 1세대로 자신만만하다. “내 자신과 싸웠어, 그래서 나 창조했어, 독특한 스타일.”(히어 위 고). 1998년부터 “턴테이블에 미쳐 삶의 궤도를 바꿨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가스는 “슈퍼에서 일한 돈을 모아 샀다”며 “처음엔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는데 완전히 빠져버렸다”고 한다. “꼬마 때부터 음악에 환장했다”는 테이크도 못지 않다.

너무 당당한가? 솔직한 게 맞다. “경험해본 거 나누고 싶은 것만 노랫말로 써요.” 그래서 마구 달려오다 ‘혼자말’에서 피아노로 주춤거리며 읊는다. “지금의 나는 어른과 아이의 사이”라고. 디스코 느낌이 풍기는 ‘겟 어웨이’에서는 “가시밭이던 지뢰밭이던 걸어가야 하는 선택 없는 사회”라며 현실에 삿대질한다. “배고픈데 밥 못 먹는 거, 쉬고 싶은데 학교 가는 거 싫어요. 원하지 않는데 해야 하는 게 점점 많아져요.” 비뚤어졌다? 그들의 다음 말은 “그래도 어쩌겠어요, 해야지”이다.

이거 너무 건전한 거 아닌가? 맞다. 마음에 안 드는 거 부수라고 하지 않고 버티라고 하니까. 답답한 거 아닌가? 아니다. 질서를 따르라고 하지 않고 “네 멋대로 하라”고 하니까. ‘에프디비’라는 곡은 그렇게 “고여서 썩느니 차라리 흐르리”라며 “자신의 삶을 살라”고 북돋운다.



쿵덕쿵덕 노는게 힙합
“녹여줄게 네 마음 내 라임으로”


노인도 애들도 리기동(리기동)=한번 놀아볼 텐가? “유일한 밥줄”이 “목청과 이야기 봇다리”라는 ‘45RPM’의 이현배(31), 박재진(25), 최경욱(25), 흥을 돋우는 솜씨가 약장수 뺨 치게 구성지다. 쿵덕쿵덕 동양적 선율을 타는 ‘위하여’에서는 “헤이 헤이 좀더 천천히 이 자리를 즐겨봐 술잔을 더 높이…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는 게 45스타일”라고 중얼거린다. “넥타이는 헤어밴드로 숙녀분들은 스피커 위로”라며 놀자고 자꾸 꼬신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경쾌하게 어우러진 ‘즐거운 생활’에선 “힙합 알고 말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잔치 시간”라며 느슨하게 촐싹댄다. “하하, 꾸밈없는 게 우리 색깔이죠.”

너무 무딘 날이라고? 그들도 딱 싫은 게 있다. 따라하기다. “수박 겉 핥기식에 외모 뿐만 아닌 랩까지 모두 똑같이 하는 인간 복사기”라며 조롱을 퍼붓는다. “4~5년 전에 쓴 노래인데 그땐 ‘난 한국의 누구야’라며 외국 가수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붐’에선 유행 좇는 사람들을 “인조인간 로봇, 같은 색깔 스머프”라고 독설로 꼬집는다.

너희는 다르냐? 그렇단다. 김희갑 작곡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샘플링한 ‘디셈버’, ‘사막의 한’이라는 노래를 따온 ‘리기동’을 들어보면 선술집에서 알딸딸하게 취한 듯한 여유가 있다.

“음악이 핫도그이면 난 케첩”이란 이들은 2002년 문 닫은 대전의 클럽 ‘아폴로’에서 서로에게, 힙합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재진이와 경욱이는 청주에서 힙합 하려고 대전에 왔어요. 만나자 마자 같이 랩하고 그랬어요. 만날 일어나자마자 클럽에 와서 놀고 노래 만들고 그랬죠. 돈 없는 게 싫었지만 그때 경험은 보석 같은 거예요.” “힙합계의 불우 이웃, 녹여 줄게, 얼어붙은 마이크는 입김으로, 차가워진 네 마음은 내 라임으로.”(디셈버) 그렇게 6년이 후딱 가고 나서야 그들은 음반기획사 ‘와이지’가 새로 만든 레이블 ‘와이지 언더그라운드’의 첫 주자가 됐다.

색깔이 다른 두 팀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진짜, 가짜 편 가르지 말고 좋으면 그냥 즐기라는 거다. 그리고 서로 보고 말하는 건 “같이 공연 여러 번 해봤는데 실력 짱짱하죠”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