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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 중심’전 1층 전시장 전경. 비스듬하게 뒤틀린 집 모형을 세운 안규철씨의 설치작품이 보인다.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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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예술 대중화? 암호부터 풀어라! 요즘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기획전의 부익부 빈익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모범사례’다. 연말부터 프랑스 지방 미술관의 명작그림 100여 점을 전시중인 사설기획전 ‘서양미술 400년-푸생에서 마티스까지’ (4월3일까지)가 차려진 2, 3층 전시장은 평일에도 연일 붐빈다. 반면 전당쪽에서 모처럼 짠 기획전 ‘구성 & 중심’이 열리는 1층 전시장은 인적이 거의 없다. 진행요원들만 애처롭게 서성이는 전시장 풍경이 안쓰럽다. ‘서양미술…’이 대가들 작품을 소개하는 대형상업전이란 점에서 ‘구성…’ 전의 고전은 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접근성 좋은 들머리 1층 전시장에, 국내 유명작가들이 다수 참여했는데도 외면받는 까닭은 있었다. 고급예술 대중화를 내걸고 기획된 이 전시는 일단 너무 어렵다. ‘중심’을 화두로 작품의 기본적 조형요소를 다룬다는 의도 아래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120여 점을 선보였지만 기본 개념이나 작품설명부터 추상적 문구로 가득하다. ‘하나의 중심을 강조하는 중심적 체제와…일정한 중심을 거부하는 탈중심적 체제…’ (1부) ‘그림 전체 주요 축으로서 다양한 자극 패턴들을 구조화하는 구조적 주제가…’(3부) 등 설명글은 암호처럼 난해하다. 출품작 구성도 모호하다. 테두리-중심, 균형과 중심으로 명명된 1, 2부는 기하학적 추상작품들을 구성요소의 주된 유형으로 배치했다가 3부 구조적 주제와 중심에서는 사회참여적 의미를 담은 홍성담씨의 대작 <신몽유도원도>와 최호철씨의 <노동자대회날>, 윤석남씨의 페미니즘 조형물 등을 늘어놓아 보는 이를 더욱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젊은 모색 2004’(23일까지)도 예외는 아니다. 권오상, 조습, 이형구씨 등 주목받는 한국, 중국, 일본 젊은 작가 19명의 회화, 영상, 설치작업들은 좋은 전시감이지만, 다기한 작업을 백화점 식으로 구획지어 소개한 차원에 급급하다. 전위공간이나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온 차세대 아시아 작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나 미학적 전망 따위를 담론으로 엮을 자신이 없었을까. 기획자의 목소리가 없는 원인은 전시역량의 부족이나 게으른 타성 가운데 하나다. 나랏돈을 받는 두 공공미술관의 허약한 기획전은 공무원 타성에 빠진 제도미술의 위기상황을 일러주는 전조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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