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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브레고비치(55)의 ‘웨딩&퓨너럴 밴드’는 집시 브라스 밴드다. 시끌벅적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동시에 애잔하고 장엄하다. 고차원적인 유머는 슬픔을, 진짜 진지함은 여유를 품고 있다는 걸 소리로 알게 해준다. 이들이 오는 11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한다. 밴드 13명엔 트럼펫, 색소폰, 트롬본뿐만 아니라 합창, 기타, 퍼커션 주자까지 포함돼 마음을 울린다.
영화 <싱글즈>의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던 ‘야야’를 떠올리면 그들의 유머를 눈치챌 수 있다. 영화 <집시의 시간>에서 어린이의 ‘꺾이는’ 음색과 결합한 ‘에델레지’의 멜로디를 그려보면 관조와 한이 얽힌 애잔함이 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노래들뿐만 아니라 에미르쿠스트리차 감독의 <언더그라운드> 또는 영화 <애리조나 드림> 속 음악들은 춤추며 통곡하고 비틀거리면서도 걷게 만든다.
따지고 보면 고란 브레고비치는 집시가 아니다. “50년 이상 평화가 지속된 적이 없다”는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1950년 세르비아계 아버지와 크로아티아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카톨릭, 세르비아 정교, 이슬람 3대 문화권이 섞인 발칸, 이곳이 그의 음악적 뿌리다. 16살 땐 ‘비예로 두그매’라는 록 밴드로 성공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민족적 배경과 전통의 영향 아래서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시 브라스 밴드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서민 식당에 어울리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브라스 연주자들은 자주 악기를 크게 흔들고, 중간 중간 침도 뱉기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은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들의 노래는 진짜 살아있다. 집시들은 군악대용으로 지급한 악기로 결혼식과 장례식 등 모든 행사에 쓰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으로 나는 집시 밴드에서 진짜 ‘펑크’를 배웠고 튜닝 되지 않은, 인간적인 그 어떤 것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의 음악평론가 클라우디오 파브레티는 그를 ‘코스모폴리탄 집시’라고 표현하며 “바르톡과 재즈, 탱고와 슬라브 민속음악, 터키 분위기와 불가리아 성악, 정교 성가와 현대적 팝 비트를 융합한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보스니아 내전 뒤 세르비아인이지만 프랑스 파리에 거처를 두고 떠돌며 공연하는 그는 음악으로 경계를 넘는 집시다. (기사 속 고란 브레고비치의 코멘트는 엘지아트센터 쪽에서 한 인터뷰에서 따왔다.) 공연문의 (02)2005-0114.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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