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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1 17:49 수정 : 2005.06.01 17:49



언니들이 돌아왔다

네가지 목소리로
처녀들의 소소한 일상
직접 노래 만들다보니 너무 늦어졌지뭐니
…들어볼래?

‘빅마마’는 옆집 ‘언니’들 같다. 친구와 다투거나 애인에게 차인 날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사들고 찾아가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들이다. 2년3개월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앨범 <이츠 유니크>에서 이 수더분한 사람들은 편안함을 그들의 ‘색깔’로 잡아냈다.

신연아(32), 이지영(26), 이영현(24), 박민애(23)의 무던함에 무장해제되기 전에 껄끄러운 질문부터 해치웠다. 빅마마가 노래를 잘하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이번 앨범에서도 잘 익은 목소리로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확 바뀌거나 튀는 게 없어 보인다. “독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익숙한 걸 좋아하니까요. 그게 우리 색깔일 수도 있고요. 앞장 서서 새로운 걸 제시하기보다 편안한 음악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사는 게 힘들잖아요. 음악이라도 위안이 돼야죠.” 그래서 밋밋한 듯 심심한 듯 서로 섞여 들어가 조화를 보탰다고 한다.

공감가는 솔직한 노랫말과 가락엔 올망졸망한 경험들이 맺혀있다. 흥겨운 피아노 반주로 뮤지컬의 한 토막 같은 분위기를 내는 ‘처녀들의 수다’는 그들뿐 아니라 듣는 이들의 얘기이다. “친구들처럼 커플링 끼고 여름에는 바다로 겨울엔 설레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꿈꾸면 맏언니 목소리가 끼어들어 “지영아~, 매일매일 영화처럼 살 순 없어”라고 타이른다. “찬물 끼얹는 큰 언니 말에 한숨 섞인 하루가 저무네, 처녀들의 끝없는 수다”라며 결국 ‘하하하’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개인적인 기억과 느낌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길어 올리고자 이 앨범엔 네 사람이 직접 만든 노래들이 곳곳에 꼼지락거린다.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은근한 개성을 풍긴다. “계속 화음만 나오면 듣다가 다른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 감초들을 넣으려고 앨범 발매도 두 달 늦췄다.

이영현은 ‘체험 후’에서 “헤어진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마주쳐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중저음의 목소리에 녹였다. 박민애의 영롱함이 빛나는 ‘나홀로’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데 혼자만 그 속에서 빠진 듯한 느낌”을 받고 만든 곡이다. 질감이 까칠한 이지영의 목소리를 타고 ‘그 빛에 감싸여’는 가스펠 같은 색깔까지 띤다. ‘날아오르다’에서 신연아는 소리의 결을 골라 “사람이다, 사랑이다, 모두 허상이다”라고 노래한다. “허망하고 상처받고 그럴 때 많잖아요.” 퍼커션 소리가 기타에 착착 감기며 한껏 정겨운 ‘결혼할까요’는 넷이 함께 쓴 곡이다. “1집엔 리메이크 곡들이 많았어요. 빅마마의 색깔을 갖고 첫발을 내딛는다는 생각에 이번 앨범 제목을 ‘유니크’라고 붙인 거예요.”


첫 번째 앨범을 내놓을 때만 해도 이들의 등장엔 여러가지 사회적 의미가 덧붙여졌다.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을 때 등장하는 ‘단골 사례’이기도 했다. “처음 기획사에서 빅마마라는 이름을 제안했을 때 싫었어요. 그것도 결국 외모를 이용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귀보다 눈에 먼저 뜨이는 게 꺼려졌죠. 또 그때까지 우리가 그렇게 특이한 사람들인 줄 몰랐어요.(하하)” 그런데 지금 보면 ‘빅마마’라는 이름은 이들에게 꽤 어울린다. 빠짝 마르지 않는 그들의 몸매 때문이 아니라 푸근하고 정겨워 어느 한곡 거슬리지 않고 귀를 어루만지는 그들의 노래 때문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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