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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8 18:41 수정 : 2005.06.08 18:41

삼순씨, 오늘 맞선은 성공했나요? 또 그놈의 ‘말탱구리’ 때문에 망친 건 아니죠?

삼순씨의 고군분투하는 모습, 잠시 엿봤습니다. 아들만 바라는 방앗간 집 셋째 딸로 태어나, 있는 설움 없는 설움 당하며 꿋꿋이 살아온 서른 해. 이름도 할아버지가 홧김에 삼순이라고 지어버렸다죠? 언니들처럼 차라리 삼영이라고 지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나이대 여느 삼순이들처럼 대학도 양보했죠? 그래도 들꽃처럼 잡초처럼 꿋꿋이 살아온 삼순씨 씩씩함은 참 멋집니다.

먼젓날이었죠. 애인 찾아 호텔방 누비던 삼순씨 모습, 정말 처절했습니다. 누구나 상상 속인들, 칼 빼들고 뛰어들려 하지 않았겠어요? 갑자기 객실 문이 열리자, 약해진 마음에 지레 도망가다 우스꽝스레 엎어져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지만 말이죠. 압권은 화장실에서였죠. 남자 화장실인지도 모르고 들어가 답답한 코르셋 벗어던지고, 남이야 듣던 말던, 통곡하는 삼순씨 마음. 절절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삼순이들도 폭소를 참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울었다네요. 웃기면서도 애타는 심정으로, 20~30대 여성들이 상당히 공감한다더군요. 쌓이는 스트레스는 살로 옮아가고, 주위에선 결혼해라 성화 해대도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결혼이 딱히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나이·외모 따지는 남자들한테 “오오 그러셔? 니들 남자들은 안 늙니? 뱃살 축 늘어져가지고 영계 찾으면 안 비참하니? 곱게 늙어야지 아저씨들아”라고 (꿈에서라도) 소리칠 땐, 다들 백 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지 않았겠어요? 삼순씨 두 번 나오고 벌써, 여기저기 환호 소리가 들려옵니다. 한 마디로 “아! 나도 저런데, 쟤도 저러네!” 한다는 거죠. 미자(<올드 미스 다이어리>)보다도 낫고 금순이(<굳세어라 금순아>)보다도 좋다네요. 정곡을 제대로 찔렀다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턴 것 같아요. 두 살 어린, ‘잘 빠진’ 사장이 “가짜로 사귀자”고 했잖아요. 계약 연애라지만 갈림길에 선 거죠.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느냐, 현실의 삼순이로 남느냐. 대충들 짐작이야 하고 있죠. 계약 연애 하다 사랑이 싹 트리라.

왕자와 사랑을 하더라도, 삼순씨 본연의 씩씩하고 당당한 삶이 가려지지 않길 바랍니다. 한번쯤 삼순이 모습, 제대로 보여준다고 드라마가 안 될 턱도 없을 걸요. “판타지가 기본인 드라마인데 뭘 바라냐?”고 하더라도 말이죠, 판타지도 그 나름이거든요. 속내야 딱히 그렇지 않아도 “내가 꼭 남자가 있어야만 잘 사는 건지 아냐?” 하고 큰소리 한 번 쳐주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굳이 발음도 어려운 ‘파티쉐’로 성공하지 않더라도요.

아무쪼록 삼순씨 덕에 이 땅의 삼순이들이 “서른, 잔치가 시작됐다”고 외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못 생기고 뚱뚱하고 능력 없어 인정 못 받는 삼순이도, 스스로만은 ‘씩씩당당’할 수 있는 그날 말예요.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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