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5 17:59
수정 : 2005.06.15 17:59
‘일요일 일요일 밤에’ 상상원정대 코너
문화방송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연출 여운혁 등·이하 일밤)의 ‘상상원정대’ 코너가 다양한 정보와 상상력을 통해 고품격의 재미를 제공한다는 애초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외국의 놀이기구만 타러다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밤>은 지난 4월 말 온가족이 함께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며 전면 개편해 ‘상상원정대’ 코너를 새로 기획했다. 이 꼭지를 통해 생활 속에서 응용되는 과학의 원리와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로 생겨난 엄청난 경제적 가치 등도 함께 알아본다는 게 제작진이 내세운 기획의도였다. 하지만 이 코너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주 출연자들이 외국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용만 방송됐다.
“외국 돌며 놀이기구만 타러 다닌다” 비판
‘놀이왕’ 코너에선 자동차로 장난치듯 게임
1·2회인 4월24일과 5월1일 이경규, 이윤석, 윤정수, 정형돈 등 4명의 출연자가 라스베가스 놀이공원에서 여러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아찔한 순간을 체험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어 8일과 15일엔 6명의 출연자들이 대만에서 몇가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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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기발한 상상력을 찾아내고 그 속에 숨은 첨단 과학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원정대원’들이 외국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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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부터 한달간 계속 롤러코스터만 타는 방송이 나가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22일엔 5명의 출연자들이 오하이오주를 찾아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 비행기 ‘라이트 플라이어호’를 재현해 만든 비행기를 타는 체험을 했다. 하지만 다음주인 29일과 6월5일에는 다시 4명의 출연자들이 미국의 시더포인트에서 다양한 롤러코스터를 탔으며, 12일엔 6명의 출연자들이 호주에서 역시 롤러코스터를 체험하는 방송이 나갔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놀이기구 작동과 관련한 과학적 원리 따위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이 없이, 출연자들이 교대로 아찔한 높이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무서워하는 장면만 계속 내보냈다.
이에 대해 직접 체험하지 못한 스릴과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며 반기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상당수 시청자들은 “출연자를 포함해 여러 명의 제작진이 해외에 나가 제작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텐데 놀이기구 타는 내용만 계속 방송하는 건 너무 안이한 기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예 코너 이름을 ‘놀이원정대’로 바꾸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 코너에선 가끔씩 부정확하거나 틀린 정보까지 제공했다. 4월24일 방송에서 하이롤러의 원리를 설명하며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데도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원심력의 원리 때문이라고 했다. 하이롤러의 원리가 중력과 구심력, 원심력의 균형을 이용한 것인데도 원심력만을 언급해 과학상식의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다. 또 5월22일 방송에서는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지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인데도 오하이오주라고 잘못 설명했다.
지난 12일 처음 방송된 ‘놀이왕’ 코너에도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 명만 모이면 화투를 치고, 지역간·세대간에 단절돼 있는 우리 놀이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게 이 코너의 취지다.
이 코너에서 소개된 ‘주차의 왕’ 은 뒷골목의 좁은 공간에서 차를 밀어서 앞에 세워진 차에 가장 근접하게 주차시키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으로 뒷차가 앞차에 부딪치자 앞차에 타고 있던 4명의 ‘벌칙왕’들은 접촉사고로 다쳤다며 길바닥에 드러눕고, 벌칙왕이 교통사고 사기단으로 변했다거나 가해자 김정수를 앞차로 납치한다는 내용이 자막으로 나오는 등 방송에서 내보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 일색이었다.
<일밤>의 애청자라는 김경숙씨는 “서민들에게 큰 재산인 자동차로 장난치듯 게임을 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게임에 빠진 초등학생들이 실제로 자동차 운전을 하며 사고를 내는 사건이 자주 터지는 요즘, 행여 어린 아이들이 길을 가다 자동차를 게임처럼 밀어보려고 시도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밤>의 여운혁 책임 피로듀서는 “상상원정대가 애초 내세운 기획의도와 다르게 진행된 점은 인정한다”며, “솔직히 말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상상력을 키우기는 어려우며, 이 꼭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화면, 다양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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