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숭과 거리 먼 엽기발랑…노처녀들 대리만족 열광
“뻔한 ‘신데렐라’ 로 끝나지않나” 하는 걱정은 있지만



김선아, 맨얼굴 ‘백조’ 연기에 “박수” ‘내 이름은 김삼순’ 안방극장 금의환향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을, 재벌 2세 꽃미남인 전·현 남자친구를 거두절미한 채 캐릭터만 놓고 보자. 김삼순은 드라마라는 판타지 속에서 이슬만 먹고 살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이, 반세기 동안 부단히 진화한 끝에 탄생한 ‘현실 기반형’ 캐릭터다. 그리고 4년 반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이 진화한 여주인공을 가장 그 답게 표현하고 있는 김선아를 보자. 그는 브라운관을 떠나 스크린 속에서 김삼순을 향해 진화를 거듭해왔고, ‘김삼순’은 김선아가 스크린에서 구축해온 이미지의 결정체다. <예스터데이>(2002)의 여전사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선아는, <몽정기>(2002)의 교생 ‘김유리’를 통해 ‘김삼순’으로 진화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 ‘김유리’는 코미디 영화의 여주인공 답지 않게, 청순한 교생이었다. 막무가내로 망가져 웃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얌전 빼고 청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선아는 단정한 단발머리에 흰 원피스를 차려 입고 한껏 청순한 척을 하면서도, 윗 입술이 살짝 들린 두터운 입술을 오물거리고, 오동통 발그레한 두 볼의 근육을 움찔거리다가, 눈초리가 살짝 처진 큰 눈을 꿈뻑거리면서 관객들을 웃겼다.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김선아표 웃음코드로 자리잡았다. 이를 두고 <몽정기> 정초신 감독은 “김선아의 새로운 면을 120% 보여줬고, 새로운 여배우의 탄생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 %%990003%%
김선아는 <위대한 유산>(2003)의 백조(여자 백수) ‘장미영’으로 코미디 연기에 안착했다. 그는 퍼머 머리를 산발하고 눈두덩에 마스카라를 범벅한 채 눈물을 쏟아내며 생생한 백조로 거듭났다. 긴 생머리를 펄럭이는 전지현이었다면 너무 우아해서, 우스운 사투리를 구사하는 김정은이었다면 너무 과장돼서 묻어나지 않았을 맛과 향이, 김선아에게서는 묻어났다. 이는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노메이크업으로 카메라 앞에 설 정도로 리얼리티를 살린 결과다. 특히 뜨거운 사발면을 급하게 먹다가 뱉어내고 이를 다시 입으로 밀어넣던 털털한 백조의 모습에서는 ‘한 입 가득 음식을 물고 있는 모습이 가장 그럴듯한 여배우’라는 생각마저 갖게 할 정도였다. 이 역시 입 천장이 벗겨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노력의 흔적이다. 애인에 버림받아 펑펑 울고 술에 취해 망가진 모습과
백조같은 일거수 일투족이 리얼하다
적재적소에서 신비감 허물줄 아는 그의 코믹연기는 무르익었다 애초 캐스팅에 반대했다가 ‘장미영=김선아’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이른 오상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김선아는 <위대한 유산>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찾아 낚아챘을 정도로 영민하고 집요하며, 노력으로 역할 비중을 키웠을 정도로 성실하다. 김선아의 특장인 코미디 연기는 적재적소에서 신비감이라는 벽을 허물 줄 아는 지혜와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온다.” 딱히 인상적일 게 없는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2003)와 <황산벌>(2003)에서 ‘여전히 웃기다’는 평가에 안주하는 듯했던 김선아는, 후속작 <에스 다이어리>(2004)를 통해 ‘김삼순’으로의 진화를 마무리지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만 연애하는 족족 차이고, 자신을 찬 남자들에게 ‘잠자리 비용’을 청구할 정도로 엉뚱하지만 소탈하고 투실투실한 스물아홉 노처녀 ‘지니’는 영락없는 ‘삼순이’다. 김선아의 코믹연기는, 7편의 영화를 통해 술에 취한 모습이 리얼해지고, 실연 상황에서 망가지고, 일거수 일투족까지 백조다와지는 만큼씩 무르익어 왔다. 아래 턱이 앞으로 살짝 돌출된 구강구조와 오랜 외국생활에서 비롯된 부정확한 발음도 상당히 교정돼, 이제는 부정확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살짝 어눌해서 순수하고 코믹하다는 느낌을 준다. 김선아는 ‘삼순이’가 되기에 앞서,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주간지 <씨네21>의 ‘2005 스타파워 20’에서 여배우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또 사실상 ‘여배우 원톱’ 영화였던 〈S 다이어리〉(2004)와 <잠복근무>(2005)에서는 코믹, 액션, 멜로를 두루 섭렵하며 흥행력까지 입증하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 ||||
![]() |
판타지-리얼리티 적절히 섞어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만들고파
연출자 김윤철 피디
%%990004%%<내 이름은 김삼순>의 연출자 김윤철(39) 피디. 진지한 표정의 겉모습과 달리, 김선아는 그를 “삼돌이같은 감독님”이라고 놀려댄다. 20~30대 미혼 여성들을 열광케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 하니, 삼돌이같은 우직함이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런데 불리기는 ‘예술파’다. 4년전 갑자기 휴직계를 던지고, 3년여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칼아츠)에서 영화연출을 배워왔다. 그리고 미니시리즈 첫 데뷔로 ‘삼순’이를 불러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적절히 섞어,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인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1991년 문화방송 입사 뒤, 96년 첫 연출작이 일요 아침드라마 <짝>이었다는 데서 갈피가 잡힌다. 유학을 마친 뒤 2003년, 외도한 남편에게 앙갚음하는 여의사 이야기를 담은 <베스트극장> ‘늪’을 만들어 이듬해 ‘몬테카를로 티브이 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았다. 만만찮은 내공에도 김 피디는 “인터넷 소설이 인기가 높았고, 종이책으로 나와서도 많이 팔려 부담스럽다”며 겸손해했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일상성과 구체성을 최대한 살려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만들겠다”면서도 티브이 드라마 갖는 비현실성의 한계을 인정하는 모습은 진솔하다. 98년 <베스트극장> ‘그녀의 화분, 넘버원’에서 만난 김선아를 ‘0순위’라며 캐스팅한 것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겠다는 뜻에서다.
그에겐 “배우가 대본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 속에 녹아든 에너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게 촬영·편집의 방식이다. “장면을 뜻없이 나누지 않고, 대사의 감칠맛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면서”, 전체 신의 절반을 ‘스테디캠’으로 촬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스테디캠은 끊어지지 않게 인물을 따라가며 찍어 역동성과 긴장감은 살리면서도 ‘핸드헬드 카메라’의 흔들림은 최소화할 수 있다. 촬영 기법에서도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김 피디의 연출법이 드러난다.
이밖에도 “장소와 연기에서도 현실감을 살리는 데”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 속 배경이 다른 로맨틱 코미디과 달리 환상적이기만 하지 않은 곳”과 “비속어를 구사하는 김선아의 연기” 등으로, “판타지와 리얼리티가 공조하게 한다”는 것이다. “극적 장치는 관습적이지만 똑같은 소재도 가공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며 “김선아가 마냥 웃기기만 하진 않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 ![]() | ||
![]() |

![]() |
||||
![]() |
한겨레 대중문화·스타일섹션 [100도]는 펄펄끊는 문화현장의 열정과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
![]() |
||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