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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장애인 출연 자연스런 시선 이끌어 |
요즘 텔레비전에 장애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장애인을 다룬 특집 따위의 프로그램에 객체로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프로그램 고정 진행자나 보조 진행자, 주인공으로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꼽을 수 있겠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지난 4월 말 프로그램 개편 때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장애인에게 진행을 맡겼다. 전신마비 장애인 이창순씨를 신동엽씨와 함께 ‘신동엽의 디(D) 데이’ 꼭지 진행자로 내세워 매주 장애인 주인공의 장애 극복 도전기를 다룬 것.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정물을 기획한 것도 아마 방송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 꼭지는 지난 19일부터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장애학생 김진호와 신동엽씨가 함께 꾸미는 ‘진호야, 사랑해’ 꼭지로 바통을 넘겼다. 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와 같은 자폐성 발달 장애를 지닌 진호는 이 꼭지에서 물에 제대로 뜨지 못하는 신동엽씨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한편,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만 비춰져온 장애인이, 오히려 비장애인을 가르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이 신선하기만 하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 ‘폭소클럽’의 ‘바퀴 달린 사나이’란 꼭지에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박대운씨가 고정 출연하고 있다. 박씨는 장애인이라면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법한 시청자들에게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지난 3일엔 같은 방송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 춤꾼 김용우씨가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추는 그의 춤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 가운데 룸바나 차차차, 삼바, 파소도브레, 자이브 같은 춤도 장애인들끼리 겨루는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게 된 이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방송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나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 등 획일화된 틀로만 장애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지, 장애인들은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기있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방송이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시선을 길러주고 있다. 텔레비전이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는 구실을 더욱 톡톡히 해주길 기대한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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