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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17:55 수정 : 2005.06.29 17:55

차라리 웃음이 상품이 되고 오락이 상품이 되는 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안 웃길 땐 안 웃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감동이 상품이 되고 눈물이 상품이 되는 것은 어떤가? 사람이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 안에는 선악에 대한 판단, 도덕에 대한 판단,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결정짓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상품이 될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방송 3사가 일제히 훈훈한 미담 사례로 보도했던 수경사의 아동학대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방송 3사뿐 아니라 쟁쟁한 신문사 2곳까지, 어쩌면 그리 감쪽같이 속을 수 있느냐며 분노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미 감동과 눈물이 방송 속에서 상품, 그것도 공들이지 않고 날로 먹는 가장 손쉬운 상품 아이템이 된 지는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감동이 우리 영화의 트렌드가 된 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는 픽션을 전제하고 시작하기에 진실한 감동이 아니라면 흥행참패라는 결과로 드러난다. 하지만 방송은 그런 위험 부담도 없다. 버튼만 누르면 흘러나오고, 게다가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넌픽션 천지다. 실화라는데 어쩌라고! 이 사건으로 소쩍새 마을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지만, 그런 정도 중차대한 사건 말고도 소소한 ‘방송사고’들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을 극복한 식당의 미담이 실은 방송으로 얻을 장삿속을 노린 거짓말이었다든가, <러브하우스>(집과 관련한 시청자 편지를 골라 전문가와 기업의 협찬을 받아서 집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에서 최고로 가난하고 불행한 사연만 채택되는 괴상한 경쟁구도가 과연 인간적인 것인지, 또한 그 프로를 통해 받은 집을 매매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일이 소문으로 퍼진 것 등.

방송이 이미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장 상업적 가치로 전환된다는 것은 이제 방송사뿐 아니라 시청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미담’이 방송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곧 돈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수경사가 훈훈한 미담으로, 훌륭한 승려들의 선행으로 보도됨으로써, 후원이 쏟아졌던 건 물론 심지어 담당 행정기관이 언론의 보호를 받는 곳이라 쉽게 손댈 수 없었다는 변명까지 할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결론은, 이제 방송에서 가볍고 훈훈한 감동프로, 미담프로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도 가벼울 순 없다. ‘표현’의 가벼움은 있을 수 있어도, ‘접근’의 가벼움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시사프로, 고발프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 과연 이 복잡한 시대에 ‘미담’이라는 게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부터 있어야 할 것이다. 너는 내게 선행을 베풀었다지만 내게 그것은 모욕이고 강제인 일들,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박현정 드라마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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