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회장 정연주 KBS 사장)가 최근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에 지상파방송의 협찬 기준을 완화하고 간접광고(PPL)를 허용해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방송협회는 지상파방송사의 경영수지 악화가 콘텐츠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방송의 노골적 상업화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또 방송위는 방송협회의 건의와 별도로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간접광고, 끊이지 않는 논란 방송협회는 방송위와 문화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협찬과 간접광고 규제 완화의필요성으로 뉴미디어의 확산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와 국내 산업 활성화 기여 등의 논리를 제시했다.
방송협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7조(간접광고)의 1항의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ㆍ구성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협찬주에 관한사항을 시청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출할 수 있다'로 바꿔줄 것을요구했다.
또 3항인 '방송은 상품 등과 관련된 명칭이나 상표 등을 일부 변경해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줘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건의했다.
방송협회는 "PPL 금지는 한류 열풍 등 최근 국가적 경제 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산업성장세에 족쇄 역할을 할 것"이라며 "PPL은 세계적 추세이자 문화 콘텐츠 생성을 위한 문화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또 "협찬과 PPL 등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비대칭규제 완화를 통해 지상파와 뉴미디어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데이터방송 등 양방향 매체의 등장으로 PPL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질적, 양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방송협회의 이번 건의문은 지상파 3사 고위층의 합의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방송사들은 PPL에 대해 꾸준히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정연주 KBS 사장은 지난 1일 직원조회를 통해 발표한 '경영과 재원구조혁신안'에서 간접광고를 규제한 방송심의규정의 조항 삭제를 요구했으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간접광고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은 '가상광고' 허용 문제를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PPL에 대해서도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드라마 '파리의 연인', '황태자의 첫사랑' 등이 노골적 간접광고로 논란이 됐으며 간접광고 관련 규정이 개정된 지 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방송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방송위 문현석 심의운영부장은 "방송협회의 건의문은 받았지만 아직토론회나 용역 등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한 것은 없다"며 "PPL 허용 논리 가운데 미국 사례를 인용하고 있지만 유럽 쪽에서는 상당히 엄격하다"고 말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책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은 PPL을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은 PPL을 금지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또 프랑스에서도 PPL은 규제받으며 원칙적으로 PPL은 은밀한 광고이기 때문에규제되고 있으나 스페인만 법적으로 PPL 광고가 허용된다.
이 연구보고서는 "PPL도 간접광고의 일종이기 때문에 간접광고의 규제 속에서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방송위 심의규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실질적으로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협찬 규칙, 규제완화 전망 방송협회는 방송법 시행령 60조(협찬고지)에서 협찬고지를 할 수 있는 대상에서 방송사업자를 제외한 것을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에 협찬을 허용토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7조에서 지상파방송사의 시사, 보도, 논평 프로그램협찬을 금지한 것을 뉴스와 탐사보도로 제한해 다큐멘터리 등은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방송위는 지난 10일부터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해 규정정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에는 방송협회의 추천 인사가 포함돼 지상파방송사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문현석 심의운영부장은 "협찬 규칙 개정은 방송협회의 건의와 별도로 정비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규제 완화가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규정정비위원회의 안건이 정리되면 오는 9월 말 공청회 등을 거쳐 협찬 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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