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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워 말기암환자 만났다
“다시 노래 불러 힘 돼 주세요”
5년의 세월 담은 음반 내고
새로 뜬 눈으로 열정을 뿜는다 “가요계 복귀는 꿈도 꾸지 못 했어요. 오로지 대소변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걱정이었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뒤 겪었을 고통과 번민은 가늠하기 어렵다. 외려, 시간이 흘러 담담히 고백하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러 차례 자해를 시도하고 자살을 꿈꿨던 힘든 시절을 거쳐, 이제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당당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아내뿐 아니라 이웃들이 큰 힘이 됐다. 병상에 누워 힘겨웠던 때, 한 말기 암 환자를 만났던 얘기는 가슴 저리다. “너무 힘들어 자살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한 말기 암 환자를 만났죠. ‘<꿍따리 샤바라>를 들으며 힘을 냈는데, 정작 강원래씨가 힘들어하면 안돼요.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불러 힘이 되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그날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떨어뜨렸다. 고마웠고 또 미안했다. “솔직히 그분들에게 힘을 주려고 노래를 불렀던 게 아니었거든요. 단지 돈과 인기를 얻으려고 불렀던 것뿐인데…. 제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을 향해 새 눈을 뜨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라도 방송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싶었지만 겉모습 바뀐 그에게 벽은 높아져 있었다. “방송이 잘 안 불러줘요. 4월20일 장애인의 날만, 서태지를 능가할 만큼 스케줄이 꽉꽉 차죠.” 가장 큰 불만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나 제도적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 “우리나라 장애인의 90%가 질병과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인데도 전문 재활병원은 전국에 4~5곳에 불과해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나 지하철 리프트도 턱없이 부족하죠. 힘들어도 장애인들 스스로 집 밖으로 나와 이동권 문제가 왜 중요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야 해요.” 그가 털어놓은 사고 당시 이야기는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이 사회가 장애와 장애인을 얼마나 허투루 여기고 있는지 바로 보여준다. “사고 뒤 생사가 갈리는 대수술을 앞두고 간호사들이 저한테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취할 시간 다 됐는데’ ‘그럼 그 전에 빨리 받자’는 간호사들 얘기소리가 들렸어요. (내가) 죽기 전에 빨리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했죠. 사고가 났을 땐, 차가 밀렸기 때문인지 어깨·등·목·다리뼈가 부러진 나를 가해자와 택시기사가 팔과 다리를 든 채 인도로 옮겼어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가진 그이기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희망을 조심스럽게나마 내비쳤다. “난치병 환자가 내 딸·아들·남편·엄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20년 전에도 시험관 아기를 생명 윤리 차원에서 반대했었잖아요. 20년 뒤 줄기세포를 반대했던 분들은 후회할 수도 있어요.” 앨범엔 5년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이 주제인 네 번째 노래 <무언의 외침>을 그는 가장 좋아한다. <세상 밖으로> <슬픈 사람들> 등은 장애인과 가족들의 아픔을 진솔하게 담았다. 여전히 드높은 꿈과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가요 인기차트 1위가 목표죠. 클론은 언제나 특이한 춤을 갖고 나와요. 이번에도 다이내믹한 춤을 선보일 겁니다.” 준비한 ‘휠체어 댄스’가 슬퍼보일까봐 걱정이라지만, 많은 이들은 그 너머의 꿈과 열정을 보게 될 것 같다. 김진철 기자, 사진 기독교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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