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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00:19 수정 : 2005.07.14 19:45

생태적 재앙으로 지구 전체가 오염된 21세기 중반,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모든 생활 여건이 완비된 건물 안에서 살아간다. 매일 아침 컴퓨터가 건강 상태를 점검해 식이요법 등을 지시하고 이름도 ‘링컨6-에코’, ‘조던2-델타’식인 이들은 어쩐지 살아간다기보다 사육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루하루를 관리자들이 정교하게 짠 일정표 대로 보내는 이들의 공통된 꿈은 ‘아일랜드’행 복권에 당첨되는 것. 바다와 하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는 삭막한 인공세계를 벗어나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전부 순하디 순한 얼굴 사이로 불만에 가득차 보이는 인물이 있다. 이 곳에 들어온 지 3년된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하고, 깐깐한 건강 검진으로 먹고 싶은 음식도 맘대로 먹지 못하는 이곳 생활에 환멸을 느낀다. 불만만큼 호기심도 많은 그는 어느날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가 아일랜드 행을 선택받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더 록> <아마겟돈>의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아일랜드>는 충분히 개연성있는 허구로부터 출발한다. 인간 복제가 실현된 가까운 미래에 돈 많은 사람들이 사고나 병이 났을 때를 대비해 보험처럼 배아를 복제해둔다는 설정은 복제 수준의 발달에 따라 조만간 벌어질지도 모를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신체의 어느 부분이 어느 정도까지 복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간복제 센터를 운영하는 메릭 박사는 오랜 실험 끝에 인간의 의식 활동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식된 장기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신체 일부만 배양하는 것으로 정부와 의뢰인 모두를 속이고서 온전한 복제인간을 탄생시킨다. 의뢰인이 장기를 필요로 할 때 복제 인간은 비밀리에 장기를 제공한 뒤 살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제인간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전혀 모른다.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주입당해 자신들이 진짜 사람인 줄 알고 있는 이들은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를 닮았다.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들은 애당초 기계적인 수명을 타고 나 유통기한이 끝나면 사망하지만 <아일랜드>의 복제인간들은 아무 때고 주인이 요구할 때 자신의 장기를 내주고 살해당해야 하는 운명이니 더 안됐다. 그러나 ‘크기’를 중시하는 감독 답게 마이클 베이는 <블레이드 러너>처럼 복제인간의 정체성 문제에 천착하기 보다 조던(스칼렛 요한슨)과 탈출한 링컨이 메릭박사 일행으로부터 쫓기는 액션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춘다. 대형 트럭 추격씬까지는 볼 만하지만 링컨이 다른 복제인간까지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에서는 ‘오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2일 개봉.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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