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8 17:28
수정 : 2005.07.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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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천황’ 이라 부르는 아키히토 일왕.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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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적 시각으로 ‘천황제’ 본질 해부
8월 7일부터 5부작 편성
‘천황의 나라 일본’. 문화방송이 올해 광복 60돌 특집으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제목이다. 도발적이다. 90년대 이래 한국 언론이 관행적으로 재확립해온 일본 국가원수의 호칭을 ‘일왕’에서 ‘천황’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논란을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천황’이라는 호칭을 끌어왔다. 김환균 책임피디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정서를 십분 이해하지만, ‘천황제’의 역사적 뿌리에서부터 정치적 본질, 또 그것의 미래까지 포괄하는 매머드급 ‘천황 해부’ 프로그램이니 만큼 ‘천황’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황’을 열쇳말로 하는 다큐멘터리로서, ‘천황제’를 프리즘으로 일본사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일본사회의 논리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천황’ 호칭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재적 접근’의 필요성 때문에 부득이했다는 설명이다.
논란 가능성을 무릅쓴 건 그만큼 프로그램의 완결성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터. 제작진은 “광복 60돌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특집 다큐”라며 “‘천황’을 직접 소재로 삼은 전례없이 과감한 기획”이라고 자평했다. 참고로 제작진은 지난해 광복 60돌 기획을 준비하면서 고 김일성 북한 주석과 ‘천황’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후자를 택했다고 한다.
다큐는 8월7일부터 3주에 걸쳐 모두 5부작으로 방영된다. 1부 ‘아라히토카미, 살아있는 신화’(7일 밤 11시30분·이채훈 연출)는 일본인들은 새천년을 맞고서도 왜 ‘천황’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가를 파고든다. 2차대전 패전 뒤 ‘상징’으로 규정되고서도 일본인의 내면 속에선 여전히 ‘사람 모습의 신’(현인신)을 뜻하는 ‘아라히토카미’로 살아있는 ‘천황’ 이데올로기의 속살을 드러낸다.
2부 ‘텐노의 사쿠라’(8일 밤 11시·이근행 연출)는 ‘텐노 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죽어간 일본인들의 희생을 돌아봄으로써,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그늘을 짚어본다. ‘가미카제’로 불렸던 자살특공대에 더해 자살공격용 유인어뢰 카이텐과 유인로켓 오오카 등 천황제 수호의 명분 아래 이뤄진 광기띤 희생 사례들이 소개된다.
3부 ‘신을 만든 사람들’(8일 밤 12시·이채훈 연출)에선 일본 통치세력이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신화’와 ‘역사’를 뒤섞어 ‘천황제’ 파시즘을 만들어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추적한다. 또 4부 ‘충성과 반역’(14일 밤 11시30분·이근행 연출)은 ‘천황’을 상징으로 규정한 뒤에도 천황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반역자로 몰아 응징해온 현대 일본의 변하지 않은 사회적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5부 ‘제국의 유산’(21일 밤 11시30분·김상균 연출)은 최근 ‘평화헌법’ 개정 추진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질주하고 있는 일본 우파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일본 개헌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나신사 참배를 적극 지지하는 천황숭배론자이며, 그의 개헌론은 자민당 보수 우파의 태두인 외할아버지 기시 전 수상의 주장에 뿌리를 둔 것이라는 사실 등이 공개된다. 이를 통해 ‘천황제’가 또 다시 일본의 우경화, 전쟁국가화의 토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편성이 약간 들쭉날쭉한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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