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8:15
수정 : 2005.07.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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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개그콘서트> 300회를 자축하는 행사가 열렸다.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흰 모자를 쓴 이가 김석현 피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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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 피디,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죠”
콘서트 형식 개그 프로그램이 대세인지 오래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가 1999년 4월 만들어지면서 선보인 코미디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르가 튼튼히 뿌리를 내린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평균 20%대의 가구시청률을 유지하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300회를 맞았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어요. 기쁘기도 하면서 놀랍기도 한 거죠. 매주 새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일이 무척 어렵지만, 이젠 장수 프로그램의 틀을 마련한 것 같아 무척 흐뭇합니다.”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김석현(34) 피디는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참으로 대단하다. 96년 말 한국방송 입사시험 면접 자리에서도 “코미디 피디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2001년 <개콘> 조연출로 출발해 지난해 8월부터 메인 연출 자리를 꿰찼다. <개콘>을 맡았던 피디 가운데 가장 장수하는 케이스다.
늘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개그를 할 것 인가다. <개콘>이 생긴 뒤 에스비에스 <웃찾사>가 후발 주자로 튀어나오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올해 문화방송도 <웃으면 복이 와요>로 콘서트 형식 개그에 뛰어들면서 고민은 깊어졌다.
“요즘 개그가 너무 어린 세대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어른들이 보면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고요. 어른들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개그를 해야 하는데요. 제 생각에 ‘고급 개그’는 모두가 웃을 수 있으면서도, 그 안에 ‘은유’가 녹아들어 많이 배운 사람들이 봐도 자기만 아는 뭔가 하나를 발견하고 재밌어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코미디와 개그를 하급문화로 취급하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아쉽다. ‘코미디는 지식인 아닌 대중을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인데도, 지나치게 엄격히 배운 자의 시선에서 재단하고 비판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점점 개개인의 문화 선호가 다양·다층화 하는 것도 개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문제의 해법은 아이디어다. “한국 코미디의 새 장을 연 프로그램답게” 앞으로도 치열한 아이디어와의 싸움을 거쳐 <개콘>이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이다.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코너들을 만들고, 거기에 또 마니아를 위한 코너도 중간 중간 빼놓지 않는 식”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개그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것이 또한 <개콘>이 앞으로 할 중요한 구실이다.
이번에 준비한 300회 특집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개콘>이 지나온 날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준비하는 의미가 담겼다. “어른들도 좋아하는 세대 공감의 코미디”를 지향하고 “개그프로의 고전으로 온전히 자리잡겠다”는 김 피디의 바람이 전면에 드러난다. “타성에 젖을까봐, 또 개그맨들이 부속물화하기 때문에” 잘 부르지 않던 게스트도 ‘종합 선물세트’식으로 몰려 나온다.
‘세바스찬’ 임혁필, ‘황마담’ 황승환, ‘맹구’ 심현섭, ‘옥동자’ 정종철이 나와 ‘봉숭아학당 드림팀’으로 추억의 개그를 펼친다. 또 ‘출산드라’ 김현숙은 ‘삐쩍 곯은 죄인’으로 가수 쥬얼리를 지목해 ‘지방삽입 시술권’을 주며 ‘축복’한다. 가수 천명훈·방실이·자두를 비롯해 탤런트 김애경과 인터넷 유명인사인 ‘떨녀’ 이보람도 나선다. 31일 밤 8시55분 한국방송 2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다.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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