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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9 10:27 수정 : 2005.07.29 10:30

지난 27일 밤 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며느리의 모습이 방송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 설정에 시청자들 분노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가자 이를 본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9시25분에 방영되는 <한국방송>의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http://www.kbs.co.kr/2tv/enter/oldmiss/)’는 27일치 방송에서 며느리에게 뺨을 맞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내보냈다. 방송은 극중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를 봐주는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손자가 가벼운 화상을 입게 되고, 병원 응급실에 달려온 며느리는 “도대체 애를 어떻게 봤냐”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극중 시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에게 하소연했지만, 아들도 “어머니가 맞을 짓을 했다”며 외면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물론, 시트콤에서는 극중 다른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우리 팔자가 제일 불쌍해. 우리는 어른들한테 애들 봐달라고 해보기라도 했수. 자식놈 못 본다고 타박 당해. 이 나이에 애 봐주는 게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흉흉한 세상이야”라며 현 세태를 꼬집었다. 이어 방송은 “흉흉한 세상”이라며 꼬집던 할머니도 자신의 자식이 “손자를 봐달라”는 말에 “내가 봐줄게”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패륜방송”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방송된 뒤,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패륜 방송’이라고 질타하는 시청자들의 비판과 ‘세태 풍자’라는 옹호글이 쏟아졌다. 방송이 나간 지 사흘만에 해당 게시판에는 댓글이 4000건 넘게 쏟아졌고, 담당 프로듀서는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항의에 작품의도를 설명하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아무리 세태를 꼬집는 의도라 해도 지나친 연출”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난 누리꾼들은 패륜적인 내용을 방송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누리꾼 ‘이성기’는 “시트콤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도 큰 소재였다”며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얻었다기보다는 화가 났다”고 비판했다. ‘조정모’는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으로 너무나도 망연자실하다”며 “시사프로그램에 나왔어도 욕하면서 봤을 법한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현미’는 “자극적이어야 시청률이 더 오르느냐”면서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현 세태를 표현할 수 있고 의미 전달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뺨을 때린 것은 오버다”고 말했다. ‘윤주성’은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이 장면은 간접적으로 패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왔으나 이번 장면은 그냥 보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꾸짖었다. ‘고자영’은 “아무리 이 사회가 인륜을 점점 무시하는 사회가 되어간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며 제작진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현실세태의 풍자일 뿐”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다룬 만큼 제작진에게 책임을 묻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부모 대접은커녕 아이를 봐주지 않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요즘 노부모들의 서글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고 반박을 펴기도 했다.

누리꾼 ‘권용환’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을 방송에 내보낸 것을 질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어찌 작가나 연출진의 탓이겠느냐”며 “허구도 아닌 진실을, 이 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데,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회상을 감추고 숨기는 것보다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반성하고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상선’은 “나는 이런게 시트콤의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며느리들에게 파출부쯤으로 천대받고 매맞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또 얼마나 많겠느냐”며 “우리 사회가 한번쯤은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소현’도 “시어머니를 따귀 때리는 행동은 정말 사람으로써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그 장면 하나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손자를 보는 할머니들이 많고 그만큼 애쓰고 있는데도 무시당하는 세태를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현실의 극단 보여주고 싶었다”

누리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자 제작진이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남겼으나, 누리꾼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석우 한국방송 프로듀서는 지난 27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날 방송된 에피소드는 가족관계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이땅의 수많은 자식들을 비난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며 “단지 오늘날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에피소드가 실화였든 허구였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프로듀서는 “한편으론 (시청자게시판의) 이렇듯 많은 비난의 글들을 보면서 홀가분함도 느꼈다.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냥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러나 그럴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안다. 단지… 그냥 좀 더 인간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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