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7:25
수정 : 2005.08.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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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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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네트워크 270명 분석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으로 삼성의 힘에 새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맞춤하게 한국방송 2텔레비전 〈추적 60분〉이 삼성의 힘을 해부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3일 밤 11시5분 방영되는 ‘삼성 공화국을 말한다’(연출 이내규·김정중 피디, 작가 고은희·한현진)이다.
삼성의 힘은 드러난 수치만으로도 압도적이다. 국가 총생산의 17%, 수출액의 20%, 주식시장 시가총액 22%, 삼성전자의 국내 첫 순이익 100억달러 달성…. 이쯤 되면 삼성의 위상은 단순히 한국 경제의 성장을 상징하는 차원을 넘는다. 삼성의 성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더불어 한쪽에서 삼성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의존 심화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더 거대한 건 이면의 힘이다. 정치, 사법, 행정, 언론 등 사회의 전 분야로 삼성의 영향력이 확대·관철돼나가는 메커니즘이다. 〈추적 60분〉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고 한다. 참여연대와 함께 지난 6월부터 두달여 동안 분야별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명단’을 확보해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놀랍다. 가장 우려되는 건 삼성에 대한 사회적 견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에 취업한 인사와 고문, 사외이사 및 재단이사 270여명을 분석한 결과 삼성을 감시·감독해야 할 검찰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기구 출신들이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핵심부에 포섭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법조계 인사들의 움직임이었다. 직접 취업한 인사가 28명, 사외이사 16명, 재단이사 14명 등 총 59명의 법조계 인사들이 삼성의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었다.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의 이종왕 법무실장을 필두로 법조계 인사의 47%가 ‘특수통’ 중심의 검사 출신이었다. 윤영철 현 헌법재판소장도 1997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법률고문으로 7억원대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생겼는데, 삼성으로부터 전화받았느냐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 감독을 맡은 공직자들의 문제도 심각했다고 한다. 삼성 직접 취업 47명, 사외이사 37명, 재단이사 15명 등 삼성의 ‘공직자 네트워크’는 총 101명. 출신 부처를 보면, 재정경제부 30%, 금융감독기구 19%, 통상산업부 11%, 공정위와 감사원 각각 9% 순이었다. 윤홍근 서울산업대 교수는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실제적으로 전직 공직자 출신들이 사기업에 스카우트돼 간다면 이들이 하는 역할이란 거의 로비스트 역할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방송 3사 광고 수입액의 9.7%가 삼성에서 나왔을 정도다. 〈추적 60분〉은 “언론인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0.4%가 삼성그룹과 관련된 비판적 기사를 기획하거나 보도할 때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기사가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것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례’도 74.5%에 이르렀다. ‘삼성공화국’ 논란에 대해서는 90.5%가 ‘이유 있는 비판’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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