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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화백의 ‘TV죽이기’ 의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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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들, 지상파 ‘성기 노출’ 사고 빌미 생뚱한 ‘방송 때리기’
보수신문들이 <문화방송> ‘음악캠프’의 방송 사고를 계기로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며 ‘방송 때리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1일치 신문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문화방송>의 ‘음악캠프’에서의 성기노출 사건에 대해 “방송사의 윤리의식 실종”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편파보도, 선정보도를 한 방송사의 전력을 기록으로 만들어 선정성지수를 발표하자”는 엉뚱한 주장까지 끌어들였다. 이들 신문의 논리대로라면 방송사들은 생방송 중 출연자의 돌발적인 행동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현실적으로는 생방송 대신 ‘게이트기핑(내부 검열)’을 할 수 있도록 녹화방송을 하든지, 출연자들에게 일일이 사고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런가 하면, ‘스타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음악방송의 행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오히려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나 ‘방송윤리 실종’으로 비난한다. 동아의 ‘이상한’ 분석…성기노출은 “시청률 지상주의가 부른 인재”?신문 가운데 가장 엉뚱한 분석을 하는 곳은 단연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일치 신문에서 ‘지상파 텔레비전 끄고 싶다’(1면)와 ‘성기 5초간 노출… 사상초유 방송사고’(2면), ‘국민 모욕한 MBC 성기노출 방송’(27면 사설) 등 두 건의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2일치 신문에서도 ‘성기노출 MBC 음악캠프 제재’(2면), ‘막가는 방송, 파워에 취했나’(27면 시론) 등의 기사와 칼럼을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1일치 1면 기사에서 “KBS와 MBC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의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 데 이어 최근에는 교양 및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자신들이 공영방송을 비판했던 ‘편파 방송’ 주장을 다시 끌어와 성격이 전혀 다른 ‘성기 노출’ 사건과 연결시킨 것이다. 동아일보는 ‘성기 노출’ 사고는 방송 제작진이 잡아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한 채, 1일치 사설에서는 “방송사의 게이트키핑(내부검열) 기능 약화와 시청률 시상주의가 초래한 인재”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엉뚱한’ 결론과는 달리 성기노출 사고가 터진 ‘음악캠프’ 프로그램은 두 차례의 리허설 과정을 거쳤다. 문제가 된 펑크 록 밴드 ‘럭스’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밴드도 아니다. 오히려 문화방송 쪽은 시청률 높은 ‘스타’를 버리고 ‘실험’을 한 셈이다. ‘음악캠프’는 시민단체와 음악쪽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지상파 출연 요구를 받아들인 실험적인 프로그램이다. 조선 “실효성 있는 조처 취하기 어려워”… 관련 대책마련 질타 조선일보는 동아일보 보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방송사고에 대한 제재조처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텔레비전에 대한 부정적인 색깔 입히기도 빼놓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날 ‘방송사엔 아무 제재도 못해’(1면), ‘흥에 겨워 벗었다고?…TV켜기 겁난다’(8면), ‘솜방망이 징계가 초대형 사고 불러’(8면), ‘시청자 앞에서 바지 내린 MBC’(27면 사설) 등 네 건의 기사와 각각 한 건의 칼럼 및 사설을 내보냈다. 특히 1일치 1면 ‘방송사엔 아무 제재도 못해’라는 기사에서는 “대형사고에도 불구, 방송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강조했고, 27면 사설에서도 “방송이 음락과 저속의 길로 굴러가도 정부도 국회도 방송위원도 대책 없이 쳐다보고만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번 ‘성기 노출’ 사건과 관련해 문화방송쪽은 ‘음악캠프’ 방송중지, 관련자 징계, 시청자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 방송위원회에서 방송법상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징계 조처 모두를 취했다.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처럼 “아무런 제재도 못해”라는 내용은 사실왜곡이나 다름없다. 조선일보 2일치는 전날과 비중은 같게, 내용은 더 자극적으로 방송 사고를 다뤘다. 1면 ‘TV간접·가상광고 허용방침’과 3면 ‘공영성 뒷걸음…돈벌이 잰걸음’기사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문화부가 “시청자의 시청권 대신 방송사의 수익성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고, 3면 ‘막가는 방송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기사에서는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코드론’을 펼쳤다. 전날 동아일보가 보였던 태도와 맥을 같이하는 보도다. 또, “편파보도, 선정보도를 한 방송사의 전력을 기록으로 만들어 선정성지수를 발표하자”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신문기사에도 편파보도, 선정 보도를 구분해 선정지수로 발표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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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며느리의 모습이 방송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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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정말 패륜일까? 이들 신문이 성기노출 방송과 함께 ‘패륜 방송’이라며 문제삼고 있는 것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한국방송>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다. 이날 방송은 극중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극단적인 상황이 들어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내용에서는 세태 풍자가 더 강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극중 다른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우리 팔자가 제일 불쌍해. 우리는 어른들한테 애들 봐달라고 해보기라도 했수. 자식놈 못 본다고 타박 당해. 이 나이에 애 봐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흉흉한 세상이야”라며 세태를 꼬집었다. 게다가 ‘올드미스 다이어리’ 제작진은 누리꾼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할지라도 표현상 시청자가 보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이 방송된 데 대해 표현의 수위조절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싣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들 신문은 방송의 전체 맥락은 살피지 않고, 시어머니 뺨을 때린 상황만 잘라 패륜 방송으로 규정한 것이다. 피디연합회 “징계 만능주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 언론단체들은 방송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자 방송심의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지나치게 징계나 검열 위주로 제재 조처를 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디연합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징계 만능주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며 “심의와 검열을 강화해 방송을 통제하려는 기도에 대해 강력히 경계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파문의 본질은 출연자의 돌발행위”라며 “이로 인해 방송의 주요한 특성의 하나인 생방송 기능을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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