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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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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 <그 여자랑 살래요>로 돌아온 음원과 예능의 콜라보레이션 듀오 UV
매체를 갖고 놀 줄 아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유세윤의 매력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와 일하며 나에겐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첫째는 거성 박명수의 흑채를 진짜 홈쇼핑에서 팔아보는 것. 둘째, 사업가이자 패션계의 이단아 노홍철의 신기한 ‘아템’들과 독특한 ‘빠숑’ 세계를 방송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무조건 UV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 사실 내 돈 내고 다니는 회사도 아닌데 기왕지사 회사 돈으로 좀더 뭐 재미난 일 좀 할 수는 없을까 싶었다. 모두가 코웃음친 꿈이었지만, 운 좋게도 2010년, 내 나이 스물아홉 되던 해에 세 가지 소원이 거짓말처럼 전부 술술 이루어졌다. 나는 지금 여한 없이 잉여롭게, 그리고 조금은 시시하게 월급쟁이 생활을 연명하고 있다. 유난히 부담 없다는 유부남 둘(UV)의 신보 <그 여자랑 살래요>가 발표된 시점에서 유세윤을 추억한다.
2집 첫 활동으로 홈쇼핑 출연한 UV
지금이야 정형돈의 도니 돈가스와 정준하의 스테이크 등 MBC <무한도전> 멤버 절반이 홈쇼핑에 나오고, 전설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이 통기타를 소개하는 시절에 살고 있지만, 2년 전 이른바 한물간 스타가 아닌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홈쇼핑 출연은 터부시돼왔다. 쾌남 UV는 2집 <집행유애>의 첫 공식 활동으로 <쇼! 음악중심>이 아닌, <엠카운트다운>도 아닌, 유튜브도 아닌 홈쇼핑을 택했다. 사실 공중파 사이에 위치한 홈쇼핑 채널은 알고 보면 시청자에겐 웬만한 케이블, 종편 채널보다 더 눈에 띄는 채널이다. 그 파급력 또한 크고 즉각적이다. 이 목 좋은 노른자위 전국구인 홈쇼핑 생방송에 유세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음반을 판매한다는 설정이었다. UV의 발칙하고도 당당한 행보로 홈쇼핑은 하루아침에 B급 채널 영역에서 그야말로 잘나가고 핫하다는 인증 코스가 되었다. 방송 환경은 눈 깜짝할 새 급하게 변한다. 장기적인 음반시장의 불황에 ‘앨범 판매’라는 직접적 판매 방법까지 도모했다는 점에서 홈쇼핑은 아주 적확한 컴백 활로였을 테다. 이 영악하고 발칙한 선택을 해준 유세윤이 너무 예뻐 나는 당시 예정에 없었지만 광팬을 자처하며 스튜디오에 난입하는 괴여인으로 출연했다. 내게는 그게 UV를 기념하는 세리머니였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단 너스레를 떨며 혜성같이 나타난 그들의 역설적인 쿨한 작태. 모두가 쿨함을 강요받는 이 시대에 과감하게 ‘그래, 나 찌질하다’는 걸 인정하는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쿨함이었다. 음원 자체의 고퀄리티 여부를 떠나 심혈을 기울인 뮤직비디오는 묘하게 기존 뮤비 장르를 모방하는 동시에 비꼬았고 이것이 개그인지 뮤비인지 노래인지 모두인지 알 수 없는 와중에, 밑도 끝도 없이 신났다. 따지고 보면 장르 파괴는 사실 유세윤이란 엔터테이너를 있게 한 <개그콘서트>의 닥터피시 때부터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 “너와 키스한 순간 나는 알았어, 너는 멘솔을 피운다는 걸, 이 사람아.” 세계 한마음 콘서트에서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언어는 다르지만… 욕은 다 알아들어, 이 사람아”라고 노래했다. 도박 근절 콘서트에서는 “이제 와서 고백해서 미안해, 너 아까 흔들었어, 이 사람아”라며 나타났다. “이렇게 떠나게 돼 미안해, 아이디어 다 떨어졌어, 이 사람아”를 끝으로 굿바이 콘서트. 상황극의 탈을 썼지만 실제 뮤지션인 듯한 착각과 함께 노래 제목만으로도 관객과 소통했다. 결국 롤플레잉, 가수 역할극 코스프레를 통해 그는 이미 UV의 전신을 다듬고 있었지 싶다.
UV의 2집<집행유애>는 룰라, 듀스 등을 묘하게 연상시키는 1990년대의 오마주였다. <개그콘서트> 복학생 캐릭터로 대중의 눈에 들어왔던 만큼 그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1등 승무원. 영화 <건축학개론>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청춘나이트, tvN <응답하라 1997>에서 1990년대 추억담이 나타나기도 전에 90년대를 가장 먼저 소환해낸 장본인이다. <인천대공원>에 이은 공전의 히트곡 <이태원 프리덤>이 낳은 로컬리즘은 또 어떠한가. <압구정 날라리> <강남스타일>로 이어지는 로컬송은 그 지역에 대한 공감과 애정이다. <집행유애>는 윤종신의 <팥빙수>와 <영계백숙>, 버스커버스커의 <막걸리나>를 위시한 푸드송 시리즈에 이어 소재 고갈로 시달리는 대중음악계에 던져진 떡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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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모든 채널의 예능화를 주도한 UV는 홈쇼핑, 고교 방송, 게릴라 무대 등 아이디어가 생기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어 화제를 낳았다. 사진은 홈쇼핑에서 음반 판매쇼를 벌인 UV. 공세현 P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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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앞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UV가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냈다. 이번에 그들이 꽂힌 콘셉트는 막장드라마다. 왼쪽부터 가수 뮤지와 개그맨 유세윤. 코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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