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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2 19:21 수정 : 2012.10.12 19:21

영화 <의형제>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의형제> (2010, 장훈 감독)
<오시엔>(OCN), 14일(일) 오전 11시30분

*영화 <의형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상타. 혼자 다닐 애가 아닌데. 며칠째 가람이 혼자 다니는 게 이상했던 양평동 이씨는 지나가는 투로 다래의 안부를 물었다. “야, 다래랑 같이 본 지 꽤 됐다?” 이씨의 질문에 가람은 고개를 떨궜다. “우리 헤어졌다.” “아니, 어쩌다?” 가람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답했다. “대선 때 누구 찍을 거냐고 물어봤거든.”

“야, 넌 부모자식간에도 안 묻는 걸 왜 애인한테 물어?” “대선이 코앞이니까 재미삼아 물어봤지.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 그 뒤로 서로 연락 안 한 지 3주 됐어.” “뭘 어쨌길래 그 순둥이가 화를 내?” 가람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문재인도 안철수도 노동정책이 성에 안 차서 찍기 싫다는 거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건 박근혜 도와주는 꼴이니까, 네 사견은 접어라. 적전분열 해서 무엇에 쓸 거냐 그랬거든.” “그게 뭐야, 애한테 ‘소수의견은 됐고요, 냉큼 이쪽에 줄 서세요. 안 그랬다 박근혜 당선되면 네 탓입니다’라고 한 거 아냐. 애인한테 할 짓이냐?” “야, 그럼 넌 박근혜가 됐으면 좋겠냐?” 한참 가람을 바라보다가, 이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너 <의형제> 봤지?” “같이 봤잖아.” “그때 그랬지? 왜 강동원이 뜬금없이 영국으로 이민 가면서 끝나는 거냐고.” “그야 남한에서 살면 보복당할까 그런 거 아냐?” “난 남북 양쪽 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캐묻는 땅에서 더는 살기 싫어 그랬던 건 아닐까 생각하거든?” 가람은 제2외국어 듣기평가 중인 수험생 같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뭔 소리야, 그건.”

“다들 강동원이 전향했다고 생각하는데, 잘 기억해 봐. 강동원은 자기 신념을 꺾은 적 없어. 시종일관 자기가 시시한 배신자로 보이냐고 그러잖아. 그런데 북에서 온 상관은 자기더러 ‘자본주의에 찌든 배신자 반동’이라 하지, 남쪽 정보요원들은 사정이 안 좋으니 알아서 전향할 거라 지레짐작하지. 다들 자기 행동이나 말엔 관심 없고 ‘쟤는 어느 편’이라고 피아식별부터 하는데, 너 같으면 계속 살고 싶겠냐?”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그런데 지금 그게 왜 나오는데?” “너도 그렇잖아. ‘네 소신은 중요치 않으니 어느 편인지나 밝혀라’라고 한 거 아냐. 나중엔 네가 알아서 걔 편까지 판단해줬고. ‘넌 여당 좋은 일 하는 거’라고. 애가 얼마나 외로웠겠냐? 애인이란 사람이 자기 말을 귀담아듣긴커녕 네 편 내 편 따지고 있는데. 됐고, 가서 싹싹 빌어.” 잠시 침묵이 흐르고, 풀이 죽은 가람이 이씨에게 물었다. “그러는 넌 누구 찍을 건데?” “나랑도 의절하고 싶냐?”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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