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9:45
수정 : 2013.01.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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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68)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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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다큐 ‘길 위의 감독…’ 진행 맡은 이장호 감독
장터 돌며 사람들 애환 담아
작년 영진위와 소송 일단락
“데뷔40년 앞두고 여러 준비”
“수없이 장터를 다니며 수없이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니 이 방송 진행을 맡은 것이 제 노후의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별들의 고향> 등으로 1970~8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미한 이장호(68·사진) 감독은 <한국정책방송>(KTV)의 다큐멘터리 <길 위의 감독, 이장호의 장날> 진행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원래 소설가 김주영씨가 진행하던 것을 지난 3일 방송분부터 이 감독이 맡았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30분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 감독은 전국 장터를 찾아가 사람의 애환, 장터의 문화와 역사 등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10일 방송은 전북 무주군에서 120년을 이어온 반딧불 장터 이야기다.
이 감독은 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가는 시장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장터를 다니며 좋은 소재가 제 몸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사는 모습이 가장 치열하게 나타나는” 것이 장터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1974년 데뷔작이면서 관객 46만명을 모아 당시 흥행 신기록을 세운 <별들의 고향>에 대해 묻자 “일생을 ‘별들의 고향’만 팔아 먹고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착잡할 때도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실 ‘별들의 고향’은 저의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영화라 부끄러운 점이 있다. 만약 이 영화를 잘 만들었다면 교만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항상 완성되지 못한 영화라고 생각하다 보니 겸손한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의 리얼리즘을 회복한 영화로 평가받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동안 한국 영화는 현실을 그릴 수 없었다. 북한을 의식해서 가난을 그리지 못하게 했고, 공무원이나 군인들의 비리와 부패도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데뷔 40년을 맞는 그는 장터 기행 프로그램 진행과 영화진흥위원회와의 행정소송이 일단락된 점을 들며 “올해 여러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원은 2010년 영화 제작 지원사업에서 이 감독의 작품을 탈락시킨 영진위에 대해 “지원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한국정책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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