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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3 14:00 수정 : 2013.02.13 20:19

〈정글의 법칙〉자료화면 SBS 제공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누리꾼 수사대에 땀 뻘뻘

‘리얼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인기를 끌어온 <에스비에스>(SBS) <정글의 법칙>이 누리꾼들의 ‘정밀 수사망’에 걸려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부족 사회로 묘사된 곳이 사실은 여행사의 관광상품 코스에 버젓이 들어 있고, 출연진을 경계하며 위협하던 한 원주민은 다른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 공개되는 식이다. <정글의 법칙>이 아마존 등 미지의 환경 속에서 연예인들이 모험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리얼리티를 강조해온 만큼 시청자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을 털어놓고 있다.

‘누리꾼 수사대’ 조사의 단초는 탤런트 박보영의 소속사인 더컴퍼니엔터테인먼트 김상유 대표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김 대표는 “개뻥(거짓) 프로그램! 드라마보다 더하는구만~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 다음엔 뉴욕 가서 센트럴파크에서 다람쥐 잡아라”라며 제작진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이 프로그램의 뉴질랜드 촬영에 동행하고 있었다.

에스비에스는 재빨리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술 취한 상태에서 개인 감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잘 먹혀들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오히려 ‘수사망’을 넓혀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들을 찾아냈다.

대표적 의혹은 ‘아마존 편’에서 제작진이 베일에 싸인 야생 부족으로 묘사한 와오라니족에 대한 것이다. 이 부족은 방송에서의 설명과 달리 여행사의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외국 여행사 누리집에는 최소 2인 기준으로 6일간 600달러(약 65만원)짜리 와오라니족 관광 상품이 마련돼있는 게 발견됐다(사진 참조). 8일 방송에 등장한 피라니아 사냥도 투어 상품의 일부다.

방송에서 결혼식을 올린 와오라니 족장의 아들 페드로가 실제로는 유부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페드로가 방송에서는 현대 문명에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생김새가 너무 닮은 청년이 아마존 야스니국립공원의 가이드로 활동하며 면 티셔츠를 입고 무전기를 들고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한 외국 여행사 누리집의 와오라니족 관광 상품안내.
이외에도 남태평양 ‘바누아투 편’에서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던 말말족 주민의 말이 무색하게 말말족 여행 상품도 인터넷에 소개돼있다. 바누아투에서 출연진이 힘들게 등반한 야수르 화산과 밀레니엄 동굴도 30분 안에 차와 도보로 통과할 수 있는 여행 상품 코스로 소개돼 있다.

<정글의 법칙> 이지원 피디는 말말족의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외부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말말족 가족을 소개받아 촬영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시청자 게시판에 해명 글을 올렸다. 말말족 자체는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자신들이 만난 말말족은 외부와 단절된 가족이라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지는 않았다”며 조작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내놓은 증거 자료들 때문에 제작진의 해명은 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제기를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은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간 ‘갑을 관계’를 보여줄 뿐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김 대표는 애초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에스비에스의 해명과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지원 피디는 13일 "병만족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었음을 겸허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피디는 "현장에서 실제로 겪는 감정들을 더 피부에 와 닿게 전달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또 시즌이 계속되고 전보다 나은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야하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세간의 높아진 관심에 대한 압박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제작사로서의 욕심도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인터넷 갈무리·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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