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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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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후손은 땅 되찾는데 독립운동가는 힘겨운 싸움
친일파에게 빼앗긴 독립운동가들의 땅을 되찾을 길은 정녕 없단 말인가. 16일 밤 11시5분 방송될 문화방송 <피디수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연출 박건식 김현기)에서는 광복 60돌을 맞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땅찾기’ 문제를 짚어본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은 만주와 시베리아로 가서 독립운동을 하거나 국내에서 비밀결사조직을 만들어 국권회복운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재산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은 불문가지이다. 일제는 이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려고 토지조사령을 발동해 독립운동가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조선총독부로 그들의 땅을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이나 일제의 앞잡이들 가운데 독립운동가들의 땅을 가로챈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부녀자와 어린 아이가 대부분이었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조상들이 남긴 땅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광복 60년이 다 돼서야 조상의 땅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누비며 땅찾기에 나선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어렵고도 힘든 싸움을 취재했다. 1920년 항일독립운동 조직인 대한독립구국단 단장을 맡았던 독립운동가 정인호의 후손 정진한(사진)씨가 60여년 간 벌이고 있는 조상의 땅찾기 운동과, 1920년대 조선공산주의대회를 주도한 사회주의자 이준태의 후손이 벌이는 힘겨운 땅찾기 노력을 소개한다. 서울 청량리에 있던 땅 5096평을 조선총독부에 빼앗긴 정진한씨 집안은 땅을 되찾기 위해 이승만 정권 때부터 탄원서를 냈지만 법이 마련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후 입법청원 운동에 돌입한 정씨는 25일, 할아버지 정인호씨의 항일투쟁 기록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2005년 5월13일 현재,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 소송은 모두 23건이며, 이 가운데 판결이 나온 16건 중 8건이 승소했다. 반면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소송을 하고 싶어도 실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선시대의 보편적인 토지제도는 관습에 의한 것이었으나, 일본인이 합법적으로 조선의 토지를 소유하기 위해 토지조사사업을 시작했다. 1912년 8월에 공포된 토지조사령에 의해 토지소유권 조사를 실시하면서 각 필지의 지주, 경계, 지번 등을 정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고자가 지주가 되는 신고주의 원칙을 채택했다.또한 1908년에는 이미 역둔토 관리 규정을 반포해, 여러 기관에서 관리하던 역토와 둔토 그리고 궁방 소속의 토지와 국유지를 역둔토로 정의하고 총독부 소속의 토지로 소유권을 이전해 민전을 약탈했다. 지금의 토지제도는 그 당시 작성된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법’대로 하면 친일파 후손의 승소율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조상의 재산이었음을 뻔히 알면서도 방법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재산찾기를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법률지원센터 설치와 입법 방안 등을 이번 방송에서 모색해본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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