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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덕에 인터넷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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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21일 한국인 성급한 기질 긍적측면 조명
‘빨리빨리’는 아직도 한국인의 습성을 대표하는 단어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대니얼 헤니가 가장 먼저 익힌 한국 단어의 하나로 묘사됐을 정도다. 부정적인 늬앙스가 짙게 배어 있기도 하다. 무리한 공기단축에 따른 부실공사, 여유없는 삶의 태도 등을 ‘빨리빨리’의 후유증으로 집어내기도 한다. <에스비에스 스페셜>이 여기에 흥미로운 반론을 내놓는다. 21일 밤 11시 방영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5부작의 마지막편 ‘빨리빨리 한국인’에서다. ‘빨리빨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먼저 한국 사회 곳곳에 널린 ‘빨리빨리’ 문화를 보여준다. 한 다국적 외식기업은 전세계 150개 점포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특별전략을 갖고 있다. 5분만에 완성되는 ‘퀵 스테이크’ 서비스다. 주문 뒤 5분이 지나면 무조건 음식값이 500원으로 떨어진다. 파키스탄 출신 요리사 무하마드 무미르도 한국에서 개업 5년만에 노하우 하나를 터득했다. 양고기가 익는 시간은 약 40분. 그 동안 그는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에피타이저를 내놓는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기다림을 못견뎌하는 한국 손님들의 습성을 파악한 것이다. 제작진은 “‘빨리빨리’는 식민지와 한국 전쟁을 겪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 남아야 했던 한국인의 생존 조건이었다”고 풀이했다. 그런데 이게 인터넷 시대엔 뜻밖의 강점이 된단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에서 아이티 인프라가 발달한 이유는 한국인의 성질이 아주 급해서다”라고 말한다.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 78%, 무선 인터넷 가입자 50만명의 첨단 아이티 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빨리빨리’ 기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엔티브이> 기자는 “한국에서 3년 살다가 일본 가서 인터넷을 쓰니까 정말 답답해서 나도 ‘빨리빨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 털어놓는다. 하루종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엄지족’은 어느새 10대 문화의 지배적 트렌드가 됐다. 휴대전화를 통화에만 쓰는 사람은 점점 드물어져 간다. 화상회의에 은행일까지 휴대전화로 척척 해결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외국인들 눈엔 신기할 따름이다. ‘빨리빨리 한국인’은 변화와 혁신의 21세기에 ‘빨리빨리’ 기질은 세상을 앞서가는 경쟁력이 됐다고 주장한다. ‘빨리빨리’ 기질이 있었기에 한국인은 급변하는 신기술을 거부감없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만들어냈고, 휴대폰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적 성공까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을 소비의 주체로만 바라보는 데다, 산업적 논리에 문화해석의 틀을 무리하게 꿰맞춘 것 아니냐는 혐의도 품어볼 만하다. 비평적 시청이 필요한 지점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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