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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17:28 수정 : 2005.08.24 17:32

박현정의TV속으로

몇년 전부터 한류 열풍을 분석하는 ‘한류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뻔해진 지 오래다. 도입은 배용준이나 이영애 등이 일본이나 홍콩 같은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입국하는 장면이고, 다음 한국 연예인에 푹 빠져 있는 일본인의 집을 방문해 수집품 등을 감상하며,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중국 청소년의 일과를 쫓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게 잘 나가다 문득 결말부가 되면 내레이터의 목소리는 비장해지고, 은근히 불길한 배경음악과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문화비평가들이 등장한다. 뭐랄까 음산한 집시 늙은이의 저주처럼, 시작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외국비평가들의 비판이고, 질세라 뒤를 이어 한국의 문화비평가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놓는다(물론 29분은 편집되고 가장 어두운 전망을 언급한 1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인데, 이러니 비평가 족속의 이미지가 최악일 수밖에!)

한데 그러다가도 제일 마지막 멘트는 또, 희망과 절망을 반반씩 암시하는 오묘한 뉘앙스. “전망이 좋진 않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는 식. 즉 대안이 아니고 각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무엇이 빠진 것일까?

<겨울연가>가 돌풍을 일으켰을 때 우리 매체들은 일본의 열광을 감격스럽게 보도했다. 또 쇼와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일본의 중년층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등 그 원인을 일본에서 찾으려만 애썼다. 정작 <겨울연가>라는 작품의 텍스트 분석 또는 윤석호 피디나 배우 배용준에 대한 분석은 거의 등한히 했다. 원인은 항상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고, 그것이 외부환경과 맞아 떨어진 결과일 뿐인데 말이다.

많은 한류 관련 프로그램들이 그 초점을 우리가 아닌 외부반응이나 상황에 맞추고, 한류의 원인과 결과를 계속 타국에서 찾으려 하는 점은 문제라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주 <에스비에스 스페셜>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취한 방식은 돋보였다. IT산업 발달의 원인을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과 연결시켜 규명해보려 했는데, 그 내용 자체는 비약이거나 자기미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우리 안의 속성이나 기질을 통해서 현상을 읽어내보려는 방식을 취한 점이 말이다.

한류의 분석에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인들의 세련된 기질이 최고급 패션을 낳고, 독일인의 실용적 기질이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었듯, 우리 엔터테인먼트 부흥에도 우리만의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게 무언지를 안다면 놓칠 리 없다. 기술이나 환경은 변해도, 기질과 속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한류 프로그램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박현정/미디어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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