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14 20:08
수정 : 2013.08.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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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보니하니’,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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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수익성 이유 편성 뒷전
영유아 애니메이션은 과열경쟁
EBS ‘보니하니’ 그나마 장수
KBS, 새달 어린이 드라마 준비
초등학교 2학년 신영이(서울 목동). 방학이라서 텔레비전 앞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막상 볼 게 없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한참 채널 서핑을 하다가 멈춘 곳은 어른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문화방송)이나 <런닝맨>(에스비에스) 재방송 채널이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적은 탓이 크다. 왜일까?
지상파 3사 어린이 프로그램은 현재 오후 3~5시대에 집중적으로 편성돼 있다. “아이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이유로 들지만, 사실상 오전 시간대에 아침드라마를 편성해 광고를 팔려는 목적이 더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수익성이 거의 없어 지상파에서는 그냥 편성을 위한 편성으로만 남아 있다”고 했다.
지상파의 ‘허전함’을 메워주는 최대 창구는 <교육방송>(EBS)이다. 1982년 시작된 <딩동댕 유치원>은 여전히 월~목요일 오전 8시에 유아들을 찾아가고, 초등학생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사진)가 10년 넘게 오후 5시40분에 방송중이다. 국내 유일의 어린이 공개방송 <모여라 딩동댕>(토요일 오전 8시30분)은 ‘번개맨’을 탄생시키며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은 지난해 돌풍을 일으키며 4위의 흥행 성적을 냈다. 이은정 교육방송 유아어린이특임부장은 “<보니하니>가 이외수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20대 문하생들이 자신들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랐다고 (인터뷰를) 꼭 하라고 부추겼다고 했다.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 어린이 채널은 오후 6시 전후를 ‘프라임 타임’으로 본다. 이때는 ‘킬러 콘텐츠’가 방영되는데, <투니버스>는 <짱구는 못 말려>, <챔프>는 <도라에몽>, <재능티브이>는 <포켓몬스터> 시리즈, <니켈로디언>은 <스폰지밥>을 주로 방영한다. 채널 수(현재 19개)는 급격히 늘어난 데 반해 어린이 대상 광고 시장은 점점 약화돼 채널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아이피티브이(IPTV)와 스마트폰 등 어린이용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올해 케이블 어린이 채널 전체 광고 수입은 작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민석 재능티브이 편성팀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첫방’(첫 방송) 메리트가 엄청 강해졌다. 광고가 붙는 ‘첫방’을 따내기 위한 베팅액이 늘어나 재정적 부담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평균 시청률 3%를 보장하는 <짱구는 못 말려> 등 킬러 콘텐츠를 방송하기 위한 출혈도 만만찮다. 독점을 위해서는 예전 시즌에 대한 로열티까지 전부 지불해야만 한다.
<뽀로로>, <로보카 폴리>, <또봇> 등의 성공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이 영유아 대상으로만 몰리는 것도 콘텐츠 섭외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어린이 채널에서 방영중인 애니메이션의 60%를 차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도 2~3년 전부터 경기침체로 전편 흥행에 기댄 속편들만 만들어지고 있다. 투니버스 이현정 편성마케팅팀 과장은 “애니메이션이 5살 미만의 영유아에만 집중되면서 케이블 채널 간 저연령 시청자 ‘나눠 먹기’가 극심해졌다”고 밝혔다.
라이브액션 프로그램 자체 제작도 여건상 쉽지 않다. 노민석 팀장(재능티브이)은 “<와글와글 키즈짱> 등을 공들여 만드는데도 아이들이 보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현정 과장(투니버스) 또한 “어린이 보호 명목상 편성과 광고 규제가 많아 수익 창출이 불리한 부분이 많다. 제작비를 마이너스로 안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교육방송은 2년 전 일반인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찍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렇다고 어린이 프로그램이 마냥 사양길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투니버스가 방송중인 판타지 어린이 드라마 <벼락 맞은 문방구>는 케이블로는 꽤 높은 2% 안팎의 시청률을 보인다. 어린이 대상 버라이어티쇼인 <막이래쇼> 또한 평균 시청률이 4.8%(7~12살 기준)가 나온다. 수요층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방송>도 9월부터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24부작)를 내보낸다. 2006년 <화랑전사 마루> 이후 한국방송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어린이 드라마다. <보니하니> 외에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이 없는 교육방송도 내년에 새로운 어린이 드라마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은정 부장(교육방송)은 “<비비시>(BBC)가 불황을 겪을 때도 어린이 쪽 제작비 삭감률이 가장 적었다. 그만큼 어린이 프로그램을 중요시한다.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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